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다원 Feb 22. 2024

시선 속의 행불행

 한 대학생이 있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받는 그의 월급은 80만 원 정도다. 스무 살 이후 핸드폰 요금과 통학을 위한 교통비까지 알바비로 충당해야 했던 대학생에게 80만 원은 늘 부족한 돈이었다. 사고 싶은 옷과 신발, 가방은 대부분 갖지 못했다. 스무 세 살 이었던 그해 봄, 그는 친구가 있는 거제도로 여행 가고 싶었다. 동시에 자전거를 갖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는 결국 여행을 선택했고. 다음 월급을 받아 자전거를 사기 전까지 내내 그는 돈이 부족한 자신의 삶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새 직장인 8년 차가 된 그녀는 취미가 유독 많다. 등산과 수영, 요가까지. 모든 취미에는 돈이 들어간다. 지방 산행을 갈 때 교통비와 사계절에 맞는 등산복, 하산 후에 꼭 가야 하는 맛집까지 모두 등산이라는 취미 안에 포함되고 결국 등산을 갈 때마다 국내 여행을 가는 만큼의 비용이 든다. 수영과 요가 강습비용, 모든 운동에 맞는 운동복까지. 그녀는 절대 터질 리 없는 쇼핑 앱의 장바구니에 터질 듯 원하는 수영복과 요가복, 등산복을 담아둔다. 짧고 쉬운 결제단계의 마지막에서 통장 잔액과 머나먼 월급 날을 떠올리며 정신을 부여잡고 되돌아 오는 일을 자주 반복한다. 그런 그녀는 좋아하는 취미를 계속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지나가는 자전거를 볼 때마다 불행을 곱씹던 대학생과 취미 부자 직장인은 모두 나다. 어릴 적의 나는(혹은 현재 가끔의 나) 늘 스스로 불행에 빠트렸다. 갖지 못한 것이 생기면 한순간에 불행한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한 번은 내 이런  생각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지인이 있었다. 거제도 여행과 자전거를 두고 고민하던 때 자주 연락하는 오빠가 있었다. 그에게 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하니, 대뜸 '행복한 고민 중이네'라는 말을 건넸다. 당시에 나는 속으로 그 오빠를 욕했던 것 같다. 아마 그 욕을 내뱉지 않았겠지만 갖고 싶은 것 중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왜 행복한 고민이냐며 따져 물었던 것 같다.


 대학생에서 8년 차 직장인이 되는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많은 일을 겪었어야 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었던 순간은 아쉽게도 오지 않았다. 그 모든 때를 이겨낼 자기 위로를 배워야 했다. 늘 불행하게 살 것이 아니라면. 그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순간에 이미 한참 전에 연락이 끊긴 그 오빠의 말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그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보고 있을 때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보고 있었던 거다. 그때 미처 따라가지 못했던 그의 시선을 조금 늦게 쫓아가 보는 중이다. 유난히 크게 보였던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 사이에 행복을 찾아서 봐야 하는 나의 노력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전 01화 아빠의 자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