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사진을 올린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우 수와 좋아요의 수가 점점 늘고 관심을 가진 분들로부터 DM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갤러리 탭(gallery t.a.p)으로부터 작품 제작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전시회를 함께하자는 DM을 받게 되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전시회 요청도 신기한 일이었지만 담당자가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호칭이 얼마나 흥분되고 짜릿하던지. 일주일 간의 작품 구상과 작업을 통해 모아둔 낫또 용기와 색을 바꿀 수 있는 전구를 사용하여 화병에 꽂힌 다양한 색의 꽃을 모티브로 한 조명을 만들어 갤러리 전시공간에 전시했다.
처음으로 내가 만든 조명이 내 방을 벗어나 외부 공간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작품명: 낫또 용기 꽃병 조명, 2021
기회는 또 기회를 부른다고 했던가? 이렇게 시작한 작품 전시는 플라스틱프리페어, K-핸드메이드페어 등으로 이어졌고 제로웨이스트와 업사이크링 라이프를 지향하는 분들이 마련한 플리마켓 등의 다양한 행사에 초대되어 외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났다.
빛을 선물하다
그간 참여한 행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관천로 문화플랫폼에서 열린 플리마켓으로, 그날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머니 손을 잡고 전시 부스를 찾은 귀엽게 생긴 꼬마 여자아이는 전시되어 있던 조명 중 가리키며 "이거 얼마예요?"라고 물었고, 곧이어 내가 말한 가격을 들은 아이 어머니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는 이런 상황은 안중에도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엄마에게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작품을 좋아해 주는 맘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이에게 어린이날 용돈으로 얼마나 받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아이는 "3만 원이요"라고 순군무진하게 대답했고 웃음으로 답하며 실제 가격의 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조명을 건네주었다.
이런 내 맘을 알아차렸던 걸까? 꼬마 아이는 다른 부스를 다 보고 난 후 다시 내 부스로 들러서 나에게 "나중에 크면 여기 있는 거 다 살 거예요" 하면서 환하게 웃음 짓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당시, 어린이날이고도 해서 기념으로 선물로 그냥 줄 수 있음에도 내가 아이에게 내돈내산 물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묘안?을 생각해 냈다는 것에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함께 만들며 빛을 나누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행사는 인천 서구에서 후원하는 생태전환예술학교에서 진행한 업사이클링 램프 만들기 수업으로, 초중학생 가족을 대상으로 다 먹은 요구르트 병과 양념 병을 사용하여 '유리병 촛불 램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진행했었다.
3시간이라는 긴 수업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램프를 만드는 내내 즐거워했고, 완성품을 집에 가져가 방에서 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뜬 가족들의 행복 에너지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수업에 참여한 가족 가운데 직접 만들어간 램프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고 당시를 즐겁게 회상하는 후기를 남긴 분들도 있었다.
이렇게 방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혼자 시작했던 조명 만들기는 어느새 함께 만들어 집으로 빛을 나누어 주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만든 조명이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서의 가치만이 아니라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수 있다는 것과 빛은 나눌 때 그 가치가 배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유리병 램프 만들기 수업, 인천 서구 생태전환예술학교, 2022
지금 생각해 보면 갑자기 찾아온 어둠 속에서 시작한 첫 업사이클링 작품이 조명이었다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하느님이 왜 내게 시련의 어둠을 주셨을까 원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희망의 빛도 그분께서 보내주신 것 같다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