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늦여름, 난 혼자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출근길이었다, 갑자기 발바닥이 저려왔다.증상은일주일 넘게 지속됐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한의원을 찾았다. 3주 간의 치료를 받으며 나아지길 바랐으나 날이 갈수록 상태는 더 나빠져 갔다.
결국 균형을 잃으며 쓰러지고 나서야 뒤늦게 MRI를 찍었고, 척추에 생긴 커다란 염증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긴급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하지 마비가 찾아왔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입원 기간 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열과 저혈압으로 사경을 헤매며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경험을 했다.
이렇게 나의 인생에 어둠이찾아왔다.
2개월이 넘어서 겨우 퇴원했지만 집에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수술 이후 받은1개월간의 병원 재활로는 보조기를 이용해서 거실과, 방, 화장실, 그리고 밥을 먹는 식탁으로 달팽이처럼 느리게 이동할 수 있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그래도 처음에는 답답한 병원에서 탈출해 집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나는 3~4개월이면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근자감을 가지고 동내에서 인싸가 될 정도로 열심히 재활운동을 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혼자 걷기까지1년이 넘게 걸렸다.
조명을 만들어 밤을 밝히다
병원을 탈출한 행복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걷지 못하는 어려움은 병원에 있을 때 보다 집에 있을 때 두 배 이상 컸다. 가장 힘든 시간은 밤이었다.
밤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스위치를 켜러 가는 길이 그렇게 어둡고 길 줄은 예전에 상상도 못 했었다. 두 손으로 보행 보조기를 잡고 가깥으로 움직일 수 있던 나에게 손전등을 잡고 움직이는 건 그림의 떡이었다.
이렇게 불편한 생활을 한지 수일이 지났을 때, 문득 수면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야간 이동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약한 조명이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나,건강에 좋다고 소문난낫또를 먹으며 재활용 수거를 위해 모아둔플라스틱 용기가눈에 들어왔고어두워지면자동적으로 불이 켜지는 정원등을 조합하여 업사이클링조명을 만들었다.
이렇게탄생한낫또 조명이발하는 은은한 빛은 마치 창가를 비치는 달 빛처럼 부드러웠고 새벽에 다리가 저려 떠진 눈뿐만 아니라 이를 원망하던 맘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이후로 나는 일회용 국 용기 조명, 와인병 조명, 요구르트병 램프 등을 차례차례 만들었고 조명의 수가 늘어날수록주변의 어둠은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했으며 어느새 희망의 빛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