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6개월이 된 아들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근교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당일, 점심식사 장소를 어디로 하느냐로 서로 날을 세우기도 했는데, 막상 어렵게 식사 장소로 정한 중국집에서 짜장밥과 먹지도 않던 탕수육까지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며 그 예민함, 초조함, 불안함이 사라졌다.
우리가 예민해졌던 건, 서로의 어떠한 점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가 만족하길 바랐기 때문이었으니까. 아이가 잘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불렀다.
아이를 재우고 숙소 한켠에 늦은 저녁으로 컵라면과 인스턴트 치킨을 차렸다. 새롭고 낯선 여행지에서 어리고 예민한 아이를 케어하느라 정신없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비어있던 뱃속이 어느 정도 따뜻하게 채워지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부모로 살아온 36개월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아이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냐던 질문을 누군가 한 적 있었어. 영화 <어바웃 타임 About Time>이 떠오르더라."
사랑하는 동생 '킷캣'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주인공 '팀'은 현재로 돌아온 순간, 아이가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된다. 팀은 출산 직후로 다시 시간을 돌려, 자신에게 타임 리프라는 비밀을 알려준 아버지에게 다급히 묻는다.
"출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 "안 돼. 그 말을 안 했구나. 태어나기 전까진 괜찮지만, 정확한 정자랑 정확한 순간이 이 아이를 만들어낸 거니까. 조금이라도 다르게 하면 다른 아이가 생기는 거지."
결혼식을 영화 OST로만 채울 만큼 좋아했고, 지금까지도 종종 영화를 다시 보는 우리이기에 <어바웃 타임>이 떠올랐다고 했을 때 이미 그가 어떻게 대답했을지 알았다.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들 새별이를 만난 이상 다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다'고 답했어."
- "맞아. 새별이를 알아버렸으니까."
이 말을 끝내자 마자 갑자기 울컥 눈물이 맺혔다. 잠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니 '너도 울컥했지?'라며 안아주던 남편. 3년의 시간을 헤아리는데 많은 말이 필요할까. 힘들고 지쳐서 지독하게 싸웠지만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한 3년을 '좋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새별이가 다름 아닌 새별이었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3년. 이미 새별이라는 작은 인간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이젠 힘들어도 헤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고백한다.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은 좋든 싫든 내 아이, 이 아이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부모가 된 우리에게 자식이란 그런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