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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일 Dec 15. 2023

내 아이가 아토피? 상상도 못했다

첫째가 처음 태어났을 때, 나는 깜짝놀랐다. 분명 신생아는 쪼글쪼글하고 까맣고 외계인같다고 했는데, 얘는 뽀얗고 하얗고 통통하고 핑크빛이다. 너무 예쁘고 귀여웠다.


둘째가 태어났다.


'뭐지? 이상하다..'


첫째가 워낙 곱디곱게 태어나 너무 그 생각만 했던 탓일까.. 갓태어나 내품에 안긴 아이는 까맣고, 피부가 거칠고 오톨토돌했다.

'피부가 왜이러지? 양수가 더러웠나? 내가 너무 커피를 많이 마셨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의사도 간호사도 연신 굿보이, 헬씨보이~를 외쳐댔기에 애써 신생아라 그런거라며 가벼이 넘겼다.






둘째의 출산 전에 나는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해야 했다. 첫째 때처럼 산후조리도 못하고 육아했다간 남편과 나의 결혼생활은 끝날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모유수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달간 모든 밤수를 남편에게 맡기고, 나는 몸조리와 함께 첫째의 마음을 케어하겠다고 했다.


출산후 간호사가 모유수유를 하겠냐고 물었을때도 나는 분유를 주겠다며 준비해간 분유를 먹였다. 태어나자마자 둘째는 엄마젖이 아닌 소우유를 먹었다.

후에 아이가 아토피가 생긴 원인이 알러지인것을 알고나서 이때의 나의 선택이 아이를 고통속에 살게한것 같아지금까지도 이 일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죄책감으로 남아있다.






하필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추운 호주 집안에서 버티기 위해 옷을 두겹을 입고, 겉싸개까지 꽁꽁 싸매졌다. 그때문이었을까, 얼굴에 여드름처럼 태열이 올라왔고, cradle cap(유아지방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태열이나 크레이들캡은 많은 아가들이 생기기도 하고 첫째 때도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크게 마음 쓰지 않았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주기적으로 만나는 health nurse 들도 별거 아니라 했고, 의사들도 괜찮다고 했다.


괜찮다고 하니, 괜찮은가 보다 했다.


그런데 정도가 단순한 cradle cap이 아닌 것 같았다. 얼굴이 끈적끈적했고 각질이 올라왔다. 이상하다고 생각됐지만, 선뜻 병원을 못갔다. 결국 간지러웠던 탓인지 아이가 누워서 머리를 끊임없이 도리질을 했고, 숱 많게 태어난 아가는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기 시작했다. 너무 돌려대고 손등으로 비벼댄 탓에 머리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용을 쓰면 두피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진물이었다.


이상했다. 병원을 가야 했다.









호주는 처음부터 전문의를 만날 수 없다. 병원을 가고 싶으면 그 어떤 증상에도 General Practitioner (일반의)라고하는  이 GP를 먼저 만나야만 한다. 이 GP가 고칠 수 없는 병이라 판단하면 그때 피부과, 소아과 등의 전문의에게 추천서를 받아서 예약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GP를 거의 매주 만났었다. 만날 때마다 괜찮다고했고, 지켜보자 했다. 피부문제로 계속 오는 나를 힘들어하는듯했다. 내가 선뜻 병원에 가지 못했던 이유였다. 의사는 eczema(아토피) 같은데 아가라서 약을 쓸 수 없고, 원래 아가들은 태어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지켜보자는 말만 계속 들었다.


'아토피? 내 아이가 아토피라고?'





그 안아키사건에서 나왔던 그 아토피? 그럼 엄청 심각한거 아닌가? 못고치는거 아니야? 어떡하지? 아토피가 원래 이런 건가? 내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했지만 의사가 괜찮다고 하니, 정기적으로 만나는 간호사도 괜찮다고 하니, 의구심이 들면서도 모두가 괜찮다고 하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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