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수채 물감으로 채워진 아름다운 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앞표지만 먼저 봤을 때 유난히 빨간색이 돋보이는 두꺼비 빨강이 연못에 둥둥 떠 있네요. 그런데 빨강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놀란 듯, 속상한 듯 무언가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빨강의 시선을 따라 뒤표지를 보니 빨강과 형제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똑 닮은 두꺼비 하양이가 있네요. 혼자 있는 빨강에 비해 하양은 다람쥐, 물고기 등 다양한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빨강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즐거워 보입니다. 이렇듯 앞 뒤표지만 봐도 이 두 두꺼비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둘의 성격과 태도가 상반되어 보인다는 것도 알 수 있지요. 그림책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속 닮은 듯 다른 빨강과 하양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 볼까요?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글로연 제공
요리 봐도 조리 봐도 형제 같은 친구 두꺼비들. 하양과 빨강입니다. 사교적이고 붙임성 좋은 하양과 조용하고 정적인 빨강은 함께 삽니다. 빨강은 하양이 너무 좋지만 여기저기 친구들을 자꾸 집으로 불러 모으는 하양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좋아하는 친구에 대해 생기는 묘한 독점욕과 질투, 바로 빨강은 하양이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요.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글로연 제공
'나만의 하양인데!'
'내가 하양의 가장 좋은 친구인데!'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글로연 제공
하양은 빨강의 이런 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합니다. 소심한 빨강은 속으로만 삭이고 삭히다가 불만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그리고 결국 충돌하고 마는 두꺼비들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떠나게 됩니다. 친구 관계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사춘기 청소년들도 성인들도 마찬가지예요. 빨강이 과격하다는 느낌이 드시나요? 빨강의 모습이 나에게는 전혀 없나요? 저는 책을 읽는 내내, 내 안에 감춰진 빨강의 모습에 스스로 빨강이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친구 때문에 속상한 일은 친구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을 때 생깁니다. 분명 우정은 주고받는 것임에도 정작 우리들은 내 감정에만 빠지기 일쑤입니다. 빨강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감정입니다.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글로연 제공
빨강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차근히 속마음을 표현했어야 한다고요.
하양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함께 지내는 친구를 위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말입니다.
친구는 비슷하면서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서로 좋은 것이죠. 다르다고는 하지만 둘 다 두꺼비, 몸 색깔만 다를 뿐 무척 닮은 빨강과 하양의 우정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 겁니다. 이들은 부부일 수도 형제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관계에서도 거리가 필요합니다. 이해와 존중의 거리가 존재하는 만큼 관계는 오래갑니다. 버럭 화가 나서 분을 참지 못한 빨강은 밀려오는 죄책감에 괴로워합니다. 빨강이 하양과 어떻게 관계를 회복하는지 그림책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를 직접 감상하며 확인해 보세요.
색색의 물감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듯한 곱디고운 그림 속에 하양과 빨강의 캐릭터는 단연 돋보입니다. 원망, 두려움, 후회 등 빨강의 표정 하나하나가 다양한 크기의 프레임 안에 녹아있습니다. 말보다 표정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듯이 텍스트보다 그림으로 작가는 그 이상을 표현합니다. 이소영 작가가 제목을 '나의 두꺼비야'로 정했을 때는 두꺼비 빨강, 하양의 양가감정이 우리 모두에게 담겨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상상해 봤습니다. 내 안의 빨강과 하양에게 스스로 위로하듯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작가의 메시지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겁니다. 제목처럼 나에게 말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