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05_명상일기day32
내 마음 저편에서 흐르는 bgm은 ‘초조’를 테마로 한다.
그건 무의식의 테마여서 내가 어찌할 수가 없다.
다만 이제 나는 알아차릴 뿐이다.
그건 실제가 아니다.
지금 일어난 상황 때문이 아니다.
나의 테마는 나의 기질이거나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거나..
‘초조함’은 내가 현실에 뿌리내리는 것을 힘들게 만든다.
‘무언가 실수할 것 같은 초조함’
‘못낫다는 것을 들킬 것 같은 초조함’
…
초조함이 심해지면 두려움이 되곤했다.
어떨 때는 내가 서있는 공간,
내가 살아가는 지금과 괴리된 느낌을 가질 때도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나를 현실에서 멀어지게 했다.
10월 한 달.
친정부모님이 제주한달살이를 오셨다.
그 한 달..
부모님과 나의 관계가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와 많이 달라져 계셨다.
나의 기질을 인정하지 않으셨고
나라는 아이를 애써 바꿔놓으려 하셨던 부모님.
그랬던 두 분이 달라지셨다.
아직도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은 똑같지만,
나를 받아들이시는 모습이 이전과는 달랐다.
우리의 관계는 이전보다 매끄러웠다. 아니 부드러웠다.
우리는 낯부끄러운 말도 할 수 있게되었고…
과거와는 달리 마음이 맞닿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부모님과 내가 너무 다름이
느껴질 때가 꽤 있지만 무언가가 변해있었다.
지난 수요일 부모님이 다시 서울로 돌아가시고
나는 꽤나 현실에 뿌리내려진 내 자신을 발견했다.
제주에 계신 내내,
혼자서도 이렇게 살림을 꾸려나가는게
참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시고 …
너는 너를 ㅇㅇㅇ 하게 생각하는 구나..
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고…
(나는 나를 어릴 때부터 ㅇㅇㅇ 하게 생각했는데
그걸 이제야.. 란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아빠는 원래 남보다도 더 나를 몰라도 너무 몰라서
이 정도만해도 깜짝 놀랐다.)
나 또한,
엄마아빠가 예전과는 달리 보였다.
엄마아빠도 엄마아빠이기전에 개성을 가진 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하다.
서울로 올라가시는 날,
제주에 남겨진 나.
그러나 나는 부모님이 제주에 오시기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삶에 뿌리내린 나무가 되어있었다.
너무 다른 우리였지만
우리가 서로를 마주볼 수 있게 된 것은
가족이었기 때문이고
그 안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내 안의 bgm이 조금씩 바뀌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 아침 명상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