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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별연두 Jan 29. 2022

싯다르타와의 재회

-싯다르타(헤르만헤세, 민음사)를 읽고

이틀 전 탐라도서관에서 헤르만헤세의 싯다르타를 충동적으로 빌려버렸다. 이전에도 이 책을 빌린 적이 있었는데 1/3 가량밖에 읽지 못하고 반납했었다. 반납을 하면서 ‘너랑 나도 때가 되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란 생각을 했었는데, 지난 화요일이 그 때였는지 이번에는 이전과 다르게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나를 느꼈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모두 주인공인 싯다르타의 깨달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다만, 1부는 싯다르타가 고행 끝에 얻은 깨달음이었다면 2부는 싯다르타가 고행을 멈추고 속세를 경험하고난 이후의 깨달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unsplash


저녁이 되어 더위가 수그러지자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활기를 띠고 모여들었다. 그들은 부처가 가르치는 설법을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완벽하였으며, 완전히 평온하였으며, 평화로 가득  있었다.” -p.48


1부에서 젊은 싯다르타는 바라문에서 사문으로 여러 스승들을 거치며 고행의 수련을 한다. 싯다르타는 그 기나긴 고행 속에서도 깨달음을 완성할 수 없었는데, 그러던 중 완성자인 고타마(부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설법을 듣게 된 싯다르타. 그는 고타마(부처) 마저도 자신을 완전한 깨달음으로 데려가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제 다시는 요가베다의 가르침도, 아타르바 베다의 가르침도, 고행자의 가르침도, 그 어떤 가르침도 받지 말아야지. 나 자신한테서 배울 것이며, 나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이며, 나 자신을, 싯다르타라는 비밀을 알아내야지.” -p.62


깨달음이란 누군가의 가르침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기 내면으로부터 찾아내어야 함을 느끼게  그는 도시(속세) 향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속세로 들어가 직접 세상을 경험하기로 한다.




나는 바로 이 대목에서 이 책에 매료되었다. 나는  수행자이다. 나는 나를 자가 수행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태까지의 나는 명상 관련 도서를 비롯해 라자요가명상수업이며 MBCT수업이며 우파니샤드수업까지 명상과 관련된 온갖 가르침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가 내 안에서 깨달음을 찾아야 하며, 그 깨달은 바를 실생활에 어떻게 하면 실천해나갈 수 있느냐' 였다. 그런 내가 가르침과 실질적 깨달음 사이에 놓여 있는 주인공 싯다르타에게 매료된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unsplash


나는 사색할  아오.

나는 기다릴 줄을 아오.

나는 단식할 줄을 아오."

-p87


2부에서 싯다르타는 중년이 될 때까지 꽤 긴 세월동안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처음 도시로 들어선 사문 싯다르타에게는 위의 3가지 능력(사색, 기다림, 단식)만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그가 원하는 것들을 순조롭게 얻어낼 수가 있었다.


“카말라, 만약 그대가 돌맹이 하나를 물 속에 던지면, 그 돌맹이는 곧장 그 물 아래 밑바닥에 가라앉게 되겠지요. 싯다르타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계획을 세우면 바로 그렇게 되지요. 싯다르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아요. 그는 기다리고, 그는 사색하고, 그는 단식을 할 뿐이지요. 그러나 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몸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마치 물 속을 뚫고 내려가는 그 돌멩이처럼, 세상 만사를 뚫고 헤쳐나가지요. 그는 이끌려가면 이끌려가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놔주지요. 그의 목적이 그를 끌어 잡아당기지요. 왜냐하면, 그의 목적에 위배되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자기 영혼 속에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요.” -p.93


위의 3가지 능력은 그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욕망에 이끌려 일을 그르치지 않게 함으로써 그러했던 것이 아닐까? 우리도 그처럼 기다리고 사색함과 동시에 본능적인 욕망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삶의 목적이 우리를 끌어 잡아당겨주지 않을까? 기다리고 사색하고 금욕하는 능력은 우리의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해줄 것이고, 복잡할 것 없이 명쾌한 삶의 목적은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명백하게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상황이 이래서' 혹은 ‘저 사람이 이렇게 해서’ 라는 식의 이유로 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일지라도 그것은 결국 내 인생에 대한 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보통의 사람들과 같이 이런 저런 불안과 두려움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곧게 뻗어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랬던 싯다르타조차 지나는 세월 속에서 세속인의 감정에 물들어 간다.


“마치 도공의 선반이 일단 독기 시작하면 한참 오랫동안 돌다가 서서히 힘이 떨어져 끝내는 딱 멈추고 마는 것처럼, 싯다르타의 영혼 속에서도 금용의 바퀴, 사색의 바퀴, 분별의 바퀴가 오랫동안 돌았었고 아직도 여전히 돌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천천히 멈출 듯 말듯 머뭇머뭇 돌며 정지 상태에 가까이 와 있었다.”

-p.113


세속인의 감정을 하등하게 바라보던 싯다르타. 세속인을 가엷게 여길 줄 알았던 싯다르타. 그러나 여러 해동안 세속인의 욕망을 탐하게 되면서 급기야 감각적 쾌락이 그를 잡아 삼킬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일확천금을 벌어들였다가 도박으로 그 돈을 탕진하기를 거듭했으며 육욕을 탐했다.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불안 속에 자기 자신을 내어주었다. 그의 영혼은 더 이상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떠나거라! 떠나!’

-p.123


역겨운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참아낼 수 없게 된 어느 날, 싯다르타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아보게 되었고 자신의 마음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그는 내면의 목소리를 되찾는다. 그러나 세속이란 과일의 달콤함을 남김없이 탐한 결과, 싯다르타는 한낱 껍데기뿐인 존재가 되어 살고자 하는 의욕을 잃는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세상살이의 가치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세상살이에만 너무 열중하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세속의 욕망만을 쫓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위해 살고 있는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는데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되 우리가 간직해야  가치에 대한 소신을 지켜야 하는  같다. 물론  대단한 싯다르타조차 길을 잃는 곳이 세상이기에 우리가(아니 내가 .. ㅎㅎ 여러분은   있어요 ㅎㅎ)   있는 일이 맞나 싶기도 하지만...



@unsplash


 강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우리는 강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있지요. 보세요, 당신도 이미 강물로부터, 아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 가라앉는 ,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부유하고 고귀한 신분의 싯다르타가 노젓는 천한 사람이 되리라, 학식 높은 바라문인 싯다르타가 뱃사공이 되리라, 이러한 것도 강이 당신에게 들려준 말이지요. 당신은 다른 것도 강으로부터 배우게  거에요."

p.155


싯다르타는 지금까지의 세상 속 유희를 끝내고 숲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과거 세속으로 향하기 위해 건넜던 강을 만나 다시 태어난다. 이후 싯다르타는 강으로부터 깨달음을 완성시켜 나간다. 그리고 고타마(부처)와 같은 존재가 된다.


싯다르타는 고타마(부처)와 같은 존재가 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욕망과 욕망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해방되지는 못한다. 그는 이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강가의 돌맹이 안에도 부처가 있음을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한낱 돌맹이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싯다르타 안에 부처가 있음을 그러나 그가 여전히 한낱 인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을 읽고나니,  내가 명상을 공부하면서 차츰 내적 평온을 유지하는 시간이 많아짐을 느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일상 속에서 분노하고 불안해하고 (일희일비도 잘합니다 ㅎㅎ)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에 위안이 되었다. 그것 또한 나아가는 과정임을 확인받는 순간들이었다. 물론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헤르만헤세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나를 매료시켰음은 두말  것도 없다. 굉장히 옛스러운 문체였음에도  문장 하나하나가 노래처럼 흘러들어왔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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