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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별연두 Feb 25. 2022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

‘될 일은 된다(마이클 A. 싱어)’를 읽고

나는 발표가 너무 싫다. 솔직히 하고는 싶은데 발표하라고 멍석이 깔리면 동공은 지진이 일고 목소리는 떨려온다. 원래 이랬던 것 같진 않은데, 살다보니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발표하다가 눈 앞이 깜깜해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수많은 과 선후배 앞에서 기말 발표를 말아먹었던 그 날의 기억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얼굴이 화끈하다 못해 얼얼했던 그 감각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unsplash


이번 발푠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하다. 아니 실제로 간단하다. 마음챙김명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반적 개념설명과 내 경험에 대한 내용이니 말이다. 반면 내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청중의 수준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지?’

‘다 아는 이야기 혼자 떠드는 거 아냐?’

‘좀 더 상세히 말해야 할까?’

‘아님 더 빼야할까?’

‘아니 아니 너무 진지해’

‘발표하다 말 더듬는거 아니야?’ 등등


좀처럼 내 마음의 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자려다말고 일어나 책장에서 이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마이클 A. 싱어의 “될 일은 된다(부제:내 맡기기 실험이 불러온 엄청난 성공과 깨달음)”.  새로운 시도 앞에서 늘 이렇게 주저거리는 나에게 “그냥 고!”를 외쳐줄 책이었다.




머릿속에 떠들어대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적이 혹시 있나요?”… 중략 목소리를 관찰하고 있다보니  존재 내면 깊은 곳의 무엇이  입을 다물게 하고 싶어했다. -p.26

나도 딱 그런 마음이었다. “좀 그만해. 난 발표를 하고 싶다고.. 한 번 해보고 싶다고… 괜히 불안따위 조성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줄래?!” 내가 원하지 않는 온갖 해설을 해대는 그 입을 꿰매줄까보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나고, 나는 여전히 홀로 내면을 탐색하는 중이었다. …중략… 이 책은 목소리의 주절거림을 멈추는 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 중략… <선의 세 기둥>이 말하는 바는 매우 분명하고 명료했다. ‘마음에 관해서 읽고 말하고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저 그것을 조용히 침묵시키는 데 필요한 일을 하라.’ 그 필요하다는 일 역시 모호하지 않고 명확했다. 바로 명상이었다. -p.35

여기서 조금 무안했다. 요즘 명상을 게을리했던게 사실이었기때문이었다. 명상은 삶에 대한 올바른 알아차림을 위한 주의력 훈련이다. 특히 나처럼 툭하면 속이 시끄러운 사람에게 특효약이라고 과학적 효과가 입증된 … 물론 자가격리 문제도 있었지만(아이 확진 + 내가 확진, 2주격리 로 코로나블루가 오려는 시점이었다) 확실히 나는 지난 설 을 기점으로 아침 명상을 거의 수행하지 않았다.


한 위대한 영적 스승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날마다 네가 씹을 수 있는 것보다 조금만 더 많이 베어 물고, 그것을 씹어라.” -p.79

그렇게 명상을 시작한 저자, 마이클 A. 싱어는 날이 갈수록 명상의 깊이를 더 해간다. 명상 뿐만 아니라 그는 일상의 모든것를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씩 더 행함으로써 상상도 못할 일들을 해낸다. 나는 그 ‘조금씩’이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그럼 그보다도 더 ‘쪼오금씩’ 하면 되지 않을까? 발표를 하되 발표를 잘하려는 걸 목표로 하지 않고 일단 하는 걸 목표로 말이다.


내면을 잘 살펴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마음의 활동 대부분이 나의 호불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이었다. 마음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에 대해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마음의 호오야말로 어떻게 하면 삶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주절거림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주범이었다. … 중략… 수행은 아주 간단한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바로 날씨였다. 비가오면 툴툴대지 않고 그저 비가 내리나보다 하는 것… 중략… 나는 이 모든 무의미한 소음을 다음 말로 대체했다. ‘참 아름답구나. 비가 내리네.’ -p.95

그는 모든 일을 수용의 태도로 대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식으로 돌아가는 삶의 여러 사건들에 호불호 태그를 달지 않고 그저 묵묵히 행하게 된다. 다시 말해, 머릿 속 잡음을 걷어내고 열린마음으로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에 다가감으로써 좀 더 명확한 진실(?) 을 목격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에 반해 나는 오늘 구름낀 날씨에 얼마나 툴툴거렸던가!(구름은 지나가면 끝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Life Knows Better! 삶이 우리에게 주려는 것이 우리가 애써 얻어내려 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평범한 대학원생에서 대학교수, 건축업자, 프로그래머, 전미 의료전산화를 이끈 CEO, 대규모 영성공동체의 리더, 뉴욕타임즈 종합 1위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맨몸으로 성공의 끝까지 가본 한 명상가의 리얼 스토리 - 책 소개글 

그에게 좀 더 명확한 진실이란 이것이다. 우린 삶을 통제할 수 없다. 그보다 삶에 순응할 때 삶은 우리에게 상상 그 이상의 선물을 가져다 준다. 이런 이야기가 마냥 몽상가의 뜬구름잡는이야기일까? 실제 그는 그의 삶으로 그것을 증명해냈다. 또한 그가 아닌 누구라도 삶의 크고 작은 일들을 선입견없이 있는 그대로 대하게 된다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성공할 확률이 커지기 마련일테다.




@unsplash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러했다. ‘나’를 내려놓을 것. ‘나’를 위해서 이 발표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운 것을 발표하려면 정리를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 두려운 발표를 해내는 것 모두를 포함해서 나에겐 모두 득이니 이번 건을 꼭 해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중심으로 생각하니, 이 발표를 위한 자료 정리, 준비, 발표시도 등등 뭐라도 망쳐지면 이 또한 ‘나’에게로 돌아왔다. 개망신에 대한 과대망상이 나를 덮쳤다. 그래서 조금 생각을 바꿔보았다. ‘나’가 아닌 ‘청중’을 위한 나눔이라 생각키로 했다.


마이클A.싱어가 자기 자신(의 호불호)을 내려놓았듯이 나 또한 나에게 좋은 것(=나 자신의 성장)을 붙들려는 애씀과 나에게 나쁜 것(=개망신)을 떨쳐내려는 애씀 모두를 내려 놓을 시간이다.


ps. 명상 가이드 50여개를 만들면서 ..

      이번 발표해본답시고 근 6년간의 경험을 돌아보고

     배운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이 정돈 그냥 ‘고고!’ 할 수도 있지 않니?!

      못났다 증말 ㅎㅎ


     이번주 영상도 공유합니다^^

    https://youtu.be/lYvlJ2g8ROg

    https://youtu.be/pvM-pEeeP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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