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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래 Apr 19. 2024

정신건강의학과

느린 움직임

이번 주에는 병원에 가는 날이 있었다.

한동안 나는 평온한 나날을 보냈었다. 공황발작이 눈에 띄게 줄었고 마음이 일렁이는 날이 많지 않았다. 한동안은 말이다.


복직할 날이 정해졌고, 그날이 다가오자 평온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증상들은 다시 시작되었다. 공황발작과 우울,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날 감쌌다.

나는 매일 꿈을 꿨다. 평생을 살며 기억나는 꿈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꿈을 꾸지 않던 나에게는 특별한 나날이었다. 꿈은 다채롭다가 때로는 새까만 흑백의 모습으로 나를 괴롭혔다. 대부분 직장에 관한 꿈들이었다.


의사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복직을 앞두고 받는 스트레스는 지금보다도 앞으로 더 커질 수 있고, 복직 후에도 계속될 거예요.”


“부딪혀 봤을 때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느낄 때가 있어요. 저는 환자분이 이걸 이겨낼 내적인 단단함이 생겨가고 있다고 생각되어요. “


언젠가 부딪혀야 할 일임은 맞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볼 것을 권유하셨던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는 맞서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면하신다.

마음의 치유를 위해 얼마나 무던히 애썼던가. 의사 선생님의 이런 권면에 내 마음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다녀오면 늘 돌아가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었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나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빠져나왔던 병원을 오늘은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울지 않고 집에 도착했다.


느리지만 마음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목요일 연재를 꼭 맞추고 싶었는데 마음을 추스리기가 조금 어려웠다.


나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랑도 사람도 나의 삶도, 나의 글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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