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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래 Apr 25. 2024

집 한 구석

다섯 걸음의 움직임

침대에서 일어나 다섯 걸음 정도를 걸으면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나온다. 좋고 싫고 할 것 없는 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나는 이 공간에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신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1.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2. 내 우울감의 시작은 어디서 오는 걸까?


매일 바뀌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어쩌면 나는 그게 좋아 이 자리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에는 집에 꽃이 들어왔다. 내가 받은 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됐다. 꽃다발에 있던 꽃을 다듬어 대충 화병에 넣었다. 꽃에 큰 취미가 없는데도 꽃이 예뻐 보였다.



다섯 걸음 안에서 꽃을 다듬고 화분에 물을 주고 명상을 하는, 이 모든 게 가능한 공간이라니.


오늘부터 이 공간을 더욱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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