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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래 May 16. 2024

또 체육관

건강해보려, 재미를 느껴보려 애쓰는 움직임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던 지난 2주였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크진 않았지만 굉장히 무기력했다. 잔잔한 바다 위를 나 혼자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2주간 밖을 나간 활동이라곤 체육관과 병원뿐이었다.


“전보다는 덜 우울한 것 같은데 너무 무기력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분명 전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 말에 이렇게 답변하셨다.


“요즘 재미를 느끼는 게 있으신가요? 그런 걸 찾으셔야 하는 시기 같아요.”


내게 재미있는 것은 슬프게도 없었다. 생각해 보니 요 근래에만 없었던 건 아니고 내 삶은 항상 그랬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종종 “너는 무슨 재미로 살아?”하는 질문을 하곤 했었다. 사람 만나는 것도 시큰둥, 딱히 취미 생활을 하거나 만들 생각도 없었던 나의 삶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흘러져 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난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좋아. 난 지금 행복해.”라고 말할 수 있던 날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일을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쉽게 하던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체육관에 가는 것뿐이었다. 내 유일한 외출. 재미라기보다는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억지로라도 나가던 운동이었다.


“트레이너님, 저 운동에 재미를 좀 붙여보려고요.”


나름의 비장함이 느껴지는 내 말에 트레이너는 웃으며 말했다.


“회원님.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 속에서 몸은 나 자신이 컨트롤하기에 제일 쉬운 것이에요. 차근차근 같이 잘해봐요.”


무심코 툭 던진 말에 돌아온 답변은 그날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차근차근, 천천히.

단단해질 몸과 마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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