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정신 질환이 있어도 되는 걸까?
정신건강의학과 초진 예약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병원 예약 시스템을 눌렀다가 취소하는 일을 하루에 몇 번이고 반복했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걸 인정할 수 없어 상담도 받았다. 그토록 병원 가기를 부정했던 나는 네 번째 상담 때 깨달았다. 아, 이건 상담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구나.
태어나서 처음 가 본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달을 기다린 병원 진료였다. 내 마음과는 별개로 예약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이해가 됐다. 우리 동네에 마음이 아픈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꽤 많은 질문지에 답변을 하고 뇌파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먼저 이렇게 물어보셨다.
“어떤 이유로 병원에 오게 되셨나요?”
첫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이유가 명확했음에도 답변하기 힘들었다. 나는 올라오는 감정을 참으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어느 날부터 심장이 많이 뛰었어요. 그러다가 숨이 막히기 시작했어요.”
“심장이 뛰면 심장계 쪽 병을 의심해 볼 수도 있는데 정신의학과에 온 이유가 궁금해요.”
의사 선생님의 다음 질문에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물을 닦아내는 것뿐이었다.
“수치나 뇌파검사 결과 모두 비슷합니다. 우울, 불안 수치가 높아요. 이로 인해 공황발작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고요.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나는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전 특수교사고 몇 달 전 아동 학대 신고를 당해 조사 중이거든요."라는 말을 차마 내 입으로 꺼낼 수 없었다.
내가 어떤 상황이겠구나 예상을 하고 온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 ‘우울과 불안? 이런 게 공황발작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 머릿속은 한 가지 질문으로 가득했다.
‘교사가 정신질환이 있어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