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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3)

이 도시가 마지막 종착역이길

by 최벼리

하남 미사강변도시는 엄밀히 말하자면 국가주도로 건설되는 신도시는 아니고, 보금자리주택 공공주택지구이다. 신도시란 정부(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도 하에 330만 (제곱미터)이상의 규모로 개발이 이루어진다. 이런 대규모의 빈 땅을 찾으려면 서울과는 다소 떨어진 교외지역이 선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공주택지구는 주택난 해소를 위해서 서울 근처의 그린벨트를 해제한 곳에 지어지기 때문에 규모는 신도시 보다 작지만 서울과 접근성이 좋다는 이점이 있다.


양주에서 하남으로 이사를 결심한 건 서울과의 직선거리가 가깝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결정하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연고가 없는 건 똑같지만 이제 좀 정착하려 했더니 가족들과 떨어져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모로 가도 서울에 좀 더 가까운 곳으로 가면 일자리 사정이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계약했다.


계약을 하고 처음 동네를 둘러보던 날의 느낌이 생생하다. 2017~8년경의 미사는 양주보다는 먼저 개발되었기에 인프라가 좀 더 나은 편이었지만, 아직 미완성된 도시였다. 나를 태운 버스는 공사현장을 여럿 지나 구산상가 앞에 멈춰 섰다. 양주가 광활한 대지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동네로 각자 상반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1년이 지나고 무더웠던 2018년 여름에 입주를 했다. 전입신고를 하고 나니 나의 주민등록초본은 주소 변동 이력이 2장을 가득 채웠다. 아무것도 없는 집에 가전 가구를 전부 새로 채워 넣으면서 깊게 소망하게 되었다. 부디 이 도시가 마지막 종착역이길. 떠돌이 인생 같던 나의 삶도 이제 그만 행선지를 확실히 하기를. 내가 동경하던 삶을 이뤄내기 위한 공간적 소요들이 비로소 충족되기를. 지리와 인문 환경적 요소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내 자아의 내러티브 또한 어느 정도 정리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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