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지 않은 돈은 기술을 정직하게 키우지 못한다
기다리던 다큐인사이드 <인재전쟁-2부 의대에 미친 한국>을 보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고, 또 씁쓸했다.
그리고, 여기 내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문제를 말해보고자 한다.
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세계와 겨루지 못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돈’,
그중에서도 “정직하지 않은 돈의 흐름”에 있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정직한 돈의 흐름은 아래와 같다.
돈이 되는 기술에 투자를 하고,
그 기술이 발전하고,
그렇게 발전한 기술이 더 큰돈을 불러 모으고,
그렇게 더욱 커진 돈으로 다시 돈이 될 것 같은 또 다른 기술에 투자한다.
다시 말해, 돈이 될 곳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이건 분명 선순환이 된다.
왜냐? 각자가 생각하는 돈이 될 것 같은 기술은 서로 다를 테니까.
투자하는 모든 기술들이 또다시 돈을 불러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실패들은 누군가에겐 자산이 되어 쌓인다.
그렇게 보이지 않게 쌓인 자산들이 쌓이고 쌓여
또 다른 돈이 될 것 같은 다양한 기술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난 돈이 되는 기술에 투자를 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돈이 정직하게 흘러가고 있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왜 돈이 정직하게 흘러가지 못하고 있을까?
일단, 산업화 시기를 돌아보면,
시작은 분명 돈이 될 것 같은 곳부터 시작되었다.
(어쩌면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성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빠른 성장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섰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은 그렇게 성장했다.
그런데 그렇게 벌어들인 돈이 다시 돈이 될 것 같은 기술에 흩어져 투자되고 있느냐?
아니, 그 돈은 그 기업의, 그리고 그 가문의 자산으로 쌓였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성공 기업들은 ‘재벌’이 되었다.
재벌이 된 아비들은 그렇게 벌어들인 자산을
‘돈이 되는’ 투자처가 아닌,
자신의 아들과 딸, 그리고 때로는 형제, 자매들에게도 나누어주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현재, 우리나라 기술발전을 진정 선도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일류 기업들의 대표들은 흔히 ‘기업가’라 불려진다.
하지만 난 이들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속, 그 ‘기업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사실 이들은 기업가(Entrepreneur)가 아니라, 사업가(Businessman)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혁신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는 ‘창업’을 지향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일궈 놓은 ‘기업’과 한 몸이 되어 그 기업의 생존과 유지만을 목표로 삼는다.
리스크를 회피하고, 검증된 모델 만을 가져다 쓴다.
이건 사업가이지, 기업가가 아니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회사를 운영하는 수많은 대표들은
자신이 창업하여 성장시키고,
운영하던 기업을 언제든지 경영자에게 물려주고 혹은 팔고,
그 돈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는 Paypal을 2002년에 매각한 후, Space X와 Tesla를 창업했다.
또 공동창업자 피터틸은 Paypal 매각 후 확보한 자산으로 Palantir을 창업하는 한편 Founders Fund를 설립하여, Facebook, Airbnb, SpaceX 등 초기 투자에 도움을 주었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때가 되면 엑싯(exit)을 하고,
또 다른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스타트업을 투자하는 엔젤 투자자가 된다.
이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기술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나아가 서로를 격려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자체에 재미와 자부심을 느끼는 기업가들은
또 다른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을 새롭게 만드는데 공을 들인다.
반면, 사업가는 재무제표의 숫자를 키우는데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럼, 지금까지 기술 발전을 주도해 왔던 정부가 또 나서면 되지 않겠느냐고?
맞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정부 예산에 의해 기술이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안정을 지향하는 수많은 사업가들의 니즈와 함께,
정부의 고질적인 숫자 중심의 획일적인 평가는
기술의 발전이 아닌 저하에 단단히 크게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해야 하는 사업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돈을 풀고 있는
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정부 예산’을 따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기준에 맞게
이해하기 쉽고, 포장하기 쉬운, 어디서 들어봄직한 기술들을 버무려
새롭고, 안전한 ‘K-기술’을 탄생시킨다.
그렇게 만들어진 K-기술의 K-시스템은 돈이 될 리 만무하다.
애초에 입찰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K-기술의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예시는 도처에 널렸다.
당장 어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年2000억 쏟아부을 예정인 ‘국가대표 AI’ 선발전 사업을 잠시 들여다보자. (https://v.daum.net/v/20250725185701455)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AI를 만들겠다며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사업에,
15팀이 지원했고,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부분의 IT기업들이 도전했다.
그리고, 그중 10팀, 대기업만 남았다.
이들이 사업에 지원하고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가 과연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불편한 진실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