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죽음에 대하여

by 해진

죽음은

산다는 것의

반대편에 있는가


현자의 말처럼

내가 살아있을 때는

죽음의 실체를 모르고

죽었을 때는

그 죽음을 느낄

내가 없다는데

정말 그럴까


그럼

수시로 엄습하는

이 불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루를

더 산다는 것은

하루가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부인할 수 없는 진실


철이 든

자아가 느끼는

불안의 실체는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영생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주어진 것에 대해

인간은

행복해하지도

감사하지도 않으므로

또 다른 삶의

권태만이

우리를 짓누를 것이다


죽지 않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에게

더 이상의

순전한 사랑은

없을 것이고

더 이상의

짜릿한 모험도

보람된 도전도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세계의

존재를 믿고

그곳을 동경하나 보다


모든

행복과

안전이 보장된

그곳


하지만

이 세상을 떠나야만

갈 수 있는

그곳



이제 알만한 것은

다 아는 당신

진정으로

진심으로

하루빨리

그곳에 가길 원하는가


서슴없이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당신이라면

당신은 이미

절대자와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죽음은

산다는 것의

반대편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죽음을 내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들 만이

잘 살아가는 자들인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죽음에 대한

패러독스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