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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by 해진


산으로 가는 길에

어린 새의 깃털이 빠져 있었다


오르다 보니 또 하나의 깃털이 보인다


깃털이 계속 보인다


"아니, 여러 개의... 이렇게 많은..."

여기 이 자리에서 생사의 치열함이 있었음을 분명히 알았으나

나는 내 길을 가야 했다

해가 나의 왼쪽 어깨너머 저 멀리에서 나를 보며

곧 제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평화로운 길에 침략자의 만행으로 한 생명이 갔어도

길은 얄밉게도 산봉우리를 향해 초연히 놓여 있었다


한 생명이 사라진 슬픈 이 시간에도 바람이 무심하게 지나갔다

볼 것 다 보았으면서 모른 체해놓고 이리저리 흩어진 아기새의 깃털을

한 번씩 쓰다듬고 지나간다

이제 와서...


저 위대한 태양도 막 피어나는 진달래꽃들을 채색하느라 눈 돌릴 틈이 없었고

구름들도 어깨를 맞대고 모여 푸른 소나무들 더 푸르게 만들게 언제 비 한번 내리자고

의논하느라 바빴나 보다


아무도 어린 새가 침략자에게 잡혀 먹힌 것을 몰랐다

아니 알고도 모른 체했다


해도 바람도 구름도...


중 가장 무심했던 것은 산으로 난 길이었다

그보다 더 무심했던 건 그 길 위에선 나였다

그 가엾은 작은 새를 위해

기도라도 해야 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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