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치는 소중하다. 그러나 '인간의 적절한 기능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에 있고 그 가치는 잘 살아가는 행위에 의해 빛을 발한다.
오늘 나의 삶은 어떠했는가? 과연 오늘의 나의 삶은 현재의 나의 존재에 빛을 더 했는가? 아주 미미한 빛이라도 말이다.
최선을 다해 살지 못한 하루에 대해 후회스러운 마음이 드는 부분이 아주 조금이라도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아침 이른 시간에 해를 보며 숲길을 산책하고 산입구에 있는 정자에 잠시 앉아 마을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점심으로는 자타가 아닌, 나 자신만 인정하는 맛있는 만두 잡채 떡볶이를 만들어 가볍게 2인분을 해치우고 몇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눈 깜빡할 사이에 4시 반이 되어버렸다. 시간에는 날개가 달렸다는 말을 잠시 잊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나는 나의 절친 조카(별칭, 잡학사전의 대가)와 긴 통화를 하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간신히 깨어나 간단한 저녁식사를 준비해 식사를 마친 후 "리스크를 받아들이고 알차게 살기,라는 단상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않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에 대한 결론은 '위기도 잘 대처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아주 진부하면서도 낙관주의적인 것이었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에 큰 타격을 준다 할지라도 위기라는 사건 자체보다는 대처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조금의 생각이라도 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라 한다. 설령 그것이 인생의 위기와 동반되는 불행이라 할지라도..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오히려 뇌가 너무 복잡한 생각에 빠져들지 않도록 관리해 불행을 불행으로 덜 인지하게 해야 한다. 나만의 생각인가? 능력의 여부를 떠나 인간은 손을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염세주의에 길들여진 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금세 불행을 느끼는 존재인 것 같다. 물론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의 소중한 몸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가끔은 최소한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 하기는 하다. 소위 말하는 '멍 때리는 시간'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최선을 다해 산 사람의 재창조를 위한 휴식의 행위를 일컫는 말이지 맥없이 손을 놓고 소중한 시간을 죽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오늘의 내가 어떤 위기에 처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모든 생각을 접어두고 벌떡 일어나 체조라도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후에 바깥으로 나가서 바람을 쐰다거나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서 속을 풀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의 뇌의 시름을 좀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뇌를 꺼내서 운동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런 간접적인 방법으로 세상 일로 피곤해진 나의 뇌에게 위로를 보내는 것이다. 초간단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방법 중의 하나이지만 한번 실행해 보라, 그 효과에 놀랄 것이다!
하루종일 장난 아닌 집안일에다 인터넷 장보기, 산책은 필수, 짬을 내어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 골라보기, BBC EARTH 시청하기..., 언뜻 봐서는 뭔가 굉장히 바쁘게 열심히 사는 사람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집안 일 하는 것 외엔 내게는 다 놀이다. 시간이 나면 이젤 위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도 그려야만 한다. 요즈음에 와서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리스트의 초절기교 에튀드를 유튜브를 통해서 듣고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던 후유증 때문이랄까, 내가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듣고 괴로워할 이웃들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피아노를 뚱땅거리기도 한다. 요즈음 사람들은 귀가 높다. 눈이 높다라는 말은 흔히 쓰는데 귀가 높다는 말은 맞는 건가? 아무튼 이웃들이 너그러워서 그런지 한 번도 소음 때문에 항의를 제기한 사람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 그동안 헛살지 않았다! 참고로 09시~17시 기준을 지키기는 한다.
낮에 마무리 못한 글을 대충 끝내고 이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 하는데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일찍 잠들기는 다 그른 느낌이 든다. 한 일이 이렇게나 많아서 피곤할 법도 한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물론 과학의 힘을 빌어 나의 무의식까지 추적해 들어가면 그럴듯한 이유를 밝혀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전혀 알고 싶지 않다. 나는 순전히 그날 밤의 느낌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한다. 그래서 그 시간이라는 것이 매일 다르다.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쉬우나 잠드는 시간을 정해서 지키는 건 내 경험으로는 불가능하더라. 이제 오늘의 삶을 끝낼 시간이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그래 해진,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으니 편안하게 잠들 자격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