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어요

by 해진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우주 전체를

탐험하는 것보다

더 신비로운 일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어요


그대의 그 자그마한 몸이

내뿜는 빛에도

내 심장이 녹아내렸던 것은

그대를 만나기 전의 내가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어요


그대가 내게 보냈던

단 한 번의 눈길이 스쳐간

내 영혼의 자리가

방금 닦은 창유리처럼

번짝반짝 빛날 수 있었다는 것도

그때는 몰랐어요


그대의 바알간

뺨 속에 숨어 있던 수줍음조차도

나를 그대에게로 끌어당기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어요


이제 그대는 내 곁에서 사라지고

내 심장은 다시 얼어붙고

맑았던 내 영혼도 흐려졌어요

그대의 바알간 뺨도

내 기억 속에서 퇴색해 버렸어요


그대가

하늘로부터 내게 내려진

선물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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