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오늘 우리의 불안을 덜어 주는
방편이 될 수 있을까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울어주는 자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내면의 불안과 슬픔이
나를 시로 이끌어 갈 수 있다 해도
아마도 그런 이유로 시를 쓴다면
시는 결코 효용 있는 신경안정제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매번 시는 다른 장르로 침입하거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불안과 슬픔은 너무 약한 무기이다
아니, 기쁨과 행복, 삶에 대한 경의
세상의 모든 좋은 것으로 무장하여
시의 세계로 들어간다 해도
편마다 달라지는 시의 장르를
만족시킬 완벽한 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무한하고 지대한 세계를
포용할 시는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시의 기억으로 남을 한 편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