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서꽃 향기

by 해진

그녀의 날숨에는

늘 목서꽃 향기가 있었다


한 남자가 그 향에 반해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가 꽃향기만 남기고 사라진 그날에도

그녀의 향기는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이미 각인되어 있었다


어느 날 죽음의 신이

그녀의 곁을 스치듯 지나가다

그 역시

그 청년처럼

그녀에게 숨소리처럼 배어있던

목서꽃 향기에 반해

그녀를 그의 죽음의 나라로

고이 모셔가 버렸다


꿈에서라도 그 청년이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을까


그 청년은 이리저리 헤매다

사랑하는 이의 향기를 찾았으나

그도 죽음의 신이 그녀를

데리고 간 그 길 위에 서게 되었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의 향기가

사랑의 광기로 변하여

그 광기는 결국 죽음이 되어 버렸다


그 목서꽃 향기,

그 향기가 죄였단 말인가






작가의 후기


저의 오늘 시는 정담훈 작가님의 '코끝의 감정론'이라는 글을 읽은 후 그에 대한 댓글을 쓰다가 우연히 대학교 1학년 시절에 읽었던 William Sydney Porter(필명 O. Henry) 'The Furnished Room'이란 영문 단편 소설의 내용에 대한 기억과 조우하여 쓴 시입니다.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애인의 체취였던 목서꽃 향기를 추적하다가 결국 그녀가 생을 달리 했던 그 방에서 그 역시 모든 희망을 잃고 이 세상을 떠난 슬픈 이야기입니다.


O. Henry는 그의 단편 소설에서 광기 어린 사랑과 죽음이 어떻게 연결되어 독자들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한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이 소설이 꼭 죽음으로 이 사랑을 끝냈어야 하는가 라는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지만 모든 창작의 권한은 작가에게 있으므로 저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죽음으로 끝난 사랑이 제게는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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