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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New Star!

내 친구의 이름은 오신성

by 해진

내 친구의 이름은 오신성(新星)이다. 누구나 한 번만 들으면 잘 잊히지 않을 쉬운 이름이지만 내게는 그 이름이 그저 가장 친했던 친구의 이름이었기에 특별하다. 그런데 내게 그런 특별한 그녀의 이름을 이제는 그녀에게 불러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신성(新星)을 처음 만났을 때 "내 이름은 Oh! New Star(오, 신성)야."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이 사람이 만난 지 얼마 안 된 내게 장난하나 싶었다. '오'라는 말에 감탄을 나타내는 악센트까지 넣어서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말했던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무슨 이름이 그래라는 의아해하는 나의 표정을 보고 그제야 그녀도 겸연쩍었던지 자신의 이름이 성이 오 씨인 데다 새新과 별星이라서 그냥 재미있으라고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했다. 아재개그가 따로 없다. 참, 그때는 아재개그라는 말은 있지도 않았지. 암튼 썰렁하기 그지없는 자기소개였기는 하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이 꽤 인상에 남았나 보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은 그때부터 내게 "오! 뉴 스타"가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내가 오히려 그녀의 이름을 이용하여 몇 번이나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거다.


"오! 뉴스타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오! 뉴스타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오! 뉴스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이런 식으로 일부러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큰소리로 말하여서 그녀에게 장난 아닌 장난을 쳤던 기억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종로에 있는 한 단과 학원에서 만나서 우정을 키워나갔다. 신성의 집은 서울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나는 수학 한 과목을 듣기 위해서 인천에서 서울까지 다녀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만나서 알게 된 친구 덕에 그 당시 내가 살고 있었던 인천에서 그 먼 서울로 가는 길도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었다.

그렇게 그리 긴 세월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정말 친하게 지냈다. 가끔 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 둘의 합의하에 수업을 빼먹는 철없는 짓을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서로 친하게 지냈건만 나중에 가서는 서로 가는 길도 다르고, 사는 것도 바쁘다 보니 우리 사이가 점점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시기에 가서는 우리는 몇 개월 동안 서로 연락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또 몇 개월이 흘러 그녀의 사촌 오빠로부터 내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그녀가 하와이로 가서 그곳에서 아주 정착할 거라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었는데 그로써 신성이와 나와의 인연은 완전히 끝이 나버렸다. 그녀의 사촌오빠가 신성의 하와이 주소를 알려 주었건만 그 주소를 메모해서 내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두었는데 그것이 어디에서 빠져버렸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신성이가 자기 사촌오빠에게 자신의 미국주소를 내게 전해주라고 일부러 부탁을 한 것인가 본데 내가 주의력이 부족하여 그것을 그만 잃어버리는 허망한 짓을 한 것이다.


나는 그제사 당황하여 어떨 줄을 몰라했다. 신성의 작은 아버지는 사촌오빠를 포함한 당시 가족들과 거주하였던 혜화동 집 - 내 기억에는 길가에 위치한 칠 층짜리 건물이었던 것 같다.- 을 팔고 어딘지도 모르는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한 뒤라 이제 나는 그 어느 곳에서도 그녀의 자취를 찾을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신성의 사촌 오빠의 집 전화번호라도 제대로 알고 있었으면 그곳으로 다시 연락하여 그녀의 하와이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누구에게나 일인 일 핸드폰이 있는 시대라면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렇게 신성이와 나 사이는 완벽하게 끊겨져 버렸다.

스물 언저리의 시절에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같이했다. 그 당시 그녀는 여러 가지 개인 사정으로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그녀의 작은 아버지 댁에서 살았고 나는 인천에서 살았기에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자주 서로의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냈기에 그리 길지 않았던 기간에도 정이 많이 들었다. 그녀도 나도 친구를 많이 두는 성격이 아니었던지라 서로에게 각별하게 마음을 두었던 것 같다.


신성은 그 당시 ㄱㅂ가요제 같은 큰 경연 대회에 상위 입상하여 장차 유명한 가수가 되거나 방송국의 탈랜트로 뽑혀서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것 같았다. 나도 그녀의 그런 꿈에 잠시 휩쓸려 다니다 보니 가요제를 통하여 일약 스타가 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로부터 받은 내 노래에 대한 한두 번의 칭찬으로 나도 가수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할 만큼 현실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다만 나와 다른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매력에 잠시 이끌려 그때에는 내가 해야 하는 공부도 잊은 채 별생각 없이 그들과 함께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것이다.


이 모두가 너무나 오래전의 일이어서 그때 만났던 사람들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에 대한 그들의 기억도 마찬가지이리라. 기억이 있다한들 다시 그들과 만나야 할 그럴듯한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신성이 만큼은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보고 싶다. 신성을 만나면 대책 없이 그녀의 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고 무엇보다도 그냥 그녀가 보고 싶다.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날으는 새처럼 날개가 있다면

내 노래에 돛대가 있다면

흐르는 강물에 사랑을 띄우리......"


이 노래는 신성이 특별히 좋아했던 노래이다.

지금도 기타를 연주하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가 함께 노래할 때 나의 높은 음성에 잘 어울렸던 다소 낮은 톤의 목소리를 가졌던 그녀였기에 같이 노래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더 많은 기쁨을 전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Oh! New Star, 지금 너는 어디에 살고 있니? 우리 생전에 다시 한번은 만나야 하지 않을까? 너는 기타를 연주하고, 나는 그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리운 밤이다. 아직도 너의 나지막한 음성이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은데 너는 너무 멀리, 내가 알 수 없는 곳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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