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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의 사랑하는 이여!

by 해진

나의 사랑하는 이여!

우리 두 손을 꼭 잡고,

켜켜이 쌓인

이 만년설의 동토를 벗어나

따뜻한 봄의 입김이 서려있는

미지의 땅을 향해 함께 달려가보자


그곳의 새로운 봄은

우리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여

다시 힘차게 뛰게 할 것이며,

우리의 굳게 다문 입술을 열어

봄날의 종달새처럼

환희에 찬 목소리로

노래하게 할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손발을 묶어

그토록 움츠리게 했던

그 추웠던 겨울의 기억들은

모두 얼어붙은 땅속 깊은 곳에

흔적 없이 묻어버리고

봄의 온화한 숨결로 데워진

끝없이 펼쳐진 대지가

자유롭게 숨 쉬고 있고,

그 보다 더 광활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궁창이

걸쳐 있는 곳으로

두 손을 마주 잡고

달려가보자



그곳에서

우리 둘만의 사랑의 기운으로,

우리의 뜨거워진 숨결로,

한 번도 볼 수 없었고,

또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봉오리들을

활짝 피워 보자


그리하여

우리는 그곳에서

웃음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를 그곳으로 이끄신

위대한 자에게 감사하며,

정금 같은 순결함으로

우리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그의 심장을 느끼며,

억겁의 세월을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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