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맥도날드는 죽었다.
작년 3월에. 전쟁 때문이었다. 그때 뉴스는 세계화의 상징이 끝났다고 떠들었다. 고르바초프도 죽었다. 작년 9월에. 지금은 땅속에 있다. 그때도 뉴스는 세계화의 상징이 끝난 거라고 떠들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맥도날드 폐점 소식에 실망했다. 한 시민은 1인 시위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맥도날드 철수는 폭력적인 행동이다.” 뭐, 물론 그 시민은 감옥에 갔다. 한편 러시아 시민들은 줄을 사서 빅맥을 사재기했다. 긴 줄이었다. 1990년 1월 소련이 해체되고 첫 맥도날드가 개장했던 날처럼 긴 줄이었다.
풍경이 바뀌었다.
다시 제국이 제국을 짓누르고 다시 인격체가 인격체를 죽인다. 평화는 끝났고 세상은 조각났다. 미국 편과 러시아 편으로. 러시아에서 서구 자본주의 상징들이 빠져나갔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그리고 나이키까지. 대신 러시아에 맥도날드 비스름한 게, 스타벅스 비스름한 게 생겨났다. 영원히 군림할 것 같던 자본주의의 상징들이 순식간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