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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상의 7단계

위협 → 시행 → 지연 → 협상 → 협상 취소 → 다시 협상 → 타결


1. 관세전쟁 시작...해방의 날




2025년 4월 2일 오후 4시, 백악관 로즈가든.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부과된 관세에 ‘공정한’, ‘상호적’이라는 형용사를 부과했다. 그는 전 세계가 미국을 갈취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미국은 보호받아야 할 국가였고,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는 유죄였다. 트럼프는 이날을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관세.jpg 트럼프와 러트닉



투자자들에겐 훼방의 날이었다.

관세 부과 직전과 비교해 S&P 500은 한때 14.73%, 나스닥은 16% 떨어졌다. 시간은 관세 발효를 향해 더 큰 소리로 똑딱거렸고, 투자자들은 설마설마하며 중얼거렸고, 학자들은 그의 사악함과 멍청함에 신물이 났다고 투덜거렸다. 그리고 4월 9일 0시 1분. 상호관세가 공식 발효됐다. 잠깐 희망을 가졌던 시장은 더 깊이 빠졌다. JP 모건은 경기침체 확률이 ‘70% 이상’이라며 경고했고, 투자자들은 금으로 몰려들었고, 국채 시장은 디플레이션이 올지 인플레이션이 올지 혼란스러웠다.






2. 관세 유예


트럼프 관세 트루소셜스.jpg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그런데 발효 후 이상한 글이 올라온다.

“지금은 정말 매수하기 좋은 시기!!! (THIS IS A GREAT TIME TO BUY!!!) DJT” 9일 오전 9시 37분 트루스 소셜(SNS)에 올린 트럼프의 글이었다. 그리고 4월 9일 오후 1시 18분.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트럼프는 몽둥이를 내려놓았다. “중국을 제외한 75개국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 기본관세만 부과한다. 중국에는 관세를 125%로 즉시 인상한다.”



하루 만에 S&P500은 9.52%, 나스닥은 12.16% 올랐다. 2001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와 통계가 아니라 하루 종일 트루스소셜(트럼프 SNS)만 쳐다봐야만 했다. 트럼프가 타전하는 기호를 해독해야 했으니까. 한편, 경기침체를 점치던 기관들은 전망을 수정했다.



트럼프 당선부터 관세는 유명한 악재였다. 관세 발표 이전부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블러핑(허풍)’이라고 말하는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있었다. 관세는 각 나라가 채권을 사도록 하는 협박용이라고. 협박과 협상이 오가는 기간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그러니 쫄지말자고. 하지만 막상 트럼프가 몽둥이를 들자 공포가 도졌다. ‘저 미친놈은 진짜로 할 거’라는 공포.



누구는 트럼프가 탁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라고 말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트럼프는 자신의 협상 공식을 정석대로 따르고 있다. '유예'는 전형적인 트럼프 스타일이었다. 트럼프의 협상은 ‘위협 → 시행 → 지연 → 협상 → 협상 취소 → 다시 협상 → 타결’이라는 7단계로 진행된다.








3. 트럼프 협상의 7단계



jtw4009_American_cartoon_style_satirical_cartoon_American_polit_2088f715-9a9e-49aa-8be0-bef1385b7e46 (1).png 트럼프식 협상 1단계: 위협



1. 위협 (Threat):

행동: 협상을 시작하며 강력한 위협으로 상대를 압박. (예: 관세 부과, 계약 파기, 군사 행동 가능성 언급)

예시: 2018년 중국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임.

의도: 상대방의 기대를 흔들고, 초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앵커링" 효과를 활용. (앵커링(Anchoring Effect: 처음 접한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심리적 현상. 예를 들어 1000만원 가격 옷을 50% 세일하면 500만원 옷이 저렴해 보이는 효과).



2. 시행 (Execution):

행동: 위협이 단순한 블러핑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섬. 이는 위협이 신뢰성을 가지게 만듦.

예시: 2018년 중국에 실제로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시작.

의도: 상대방에게 "내 말은 진심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양보를 강요.



3. 지연 (Delay):

행동: 협상 진행을 일부러 늦추거나 상대방이 압박을 느끼도록 시간 끌기. 이는 상대방의 입장이 약화되기를 기다리는 전략.

예시: NAFTA 재협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양보할 때까지 협상 일정을 지연하며 압박.

의도: 상대방의 불안감을 키우고, 트럼프가 원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되도록 유도.



jtw4009_American_cartoon_style_satirical_cartoon_American_polit_26dced5f-0575-4b10-b934-66d0f7a5c758.png 트럼프식 협상 4단계: 협상



4. 협상 (Negotiation):

행동: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서 강경한 요구와 타협을 오가며 상대방을 테스트. 종종 "Good Cop, Bad Cop" 전략으로 유연성과 강경함을 혼합.

예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김정은과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며 비핵화 논의를 시작.

의도: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내면서도 자신의 핵심 목표를 유지.



5. 협상 취소 (Cancellation):

행동: 협상이 마음에 안들거나 더 큰 레버리지를 얻고 싶을 때 협상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취소 위협. 이는 그의 예측 불가능성을 강화.

예시: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트럼프가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협상을 결렬시킴.

의도: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고, 재협상 시 더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한 교착 상태 유도.


jtw4009_American_cartoon_style_satirical_cartoon_American_polit_dd137c95-017a-4aaf-b922-636773af27ee.png 트럼프식 협상 6단계: 다시 협상



6. 다시 협상 (Renegotiation):

행동: 협상 취소 후 상대방이 약화된 상태에서 다시 협상을 재개. 이때 상대방은 양보할 가능성이 높아짐.

예시: 하노이 회담 결렬 후 2019년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과 다시 만나며 협상 재개.

의도: 결렬로 상대방의 입장을 약화시킨 뒤,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이끌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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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타결(자랑) (Agreement & Boasting):

행동: 협상이 타결되면 이를 대대적으로 "승리"로 포장하며 자신의 협상 능력을 과시. 상대방도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끼게 만듦(앵커링 효과)

예시: USMCA 협정 체결 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역 협정"이라며 홍보.

의도: 자신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대중과 지지층에 성공 이미지를 각인.






이 7단계로 보면 90일 관세 연기는 우리가 3단계(지연)와 4단계(협상) 사이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7월. 다시 협상이 시작될 때,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다시 협상이 엎어질 수 있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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