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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Mar 09. 2023

헝다 위기 (2) <2021.9~12>








헝다(恒大, Evergrande).

‘항상 크다’라는 뜻에 걸맞게 세계 500대 기업 중 122위를 차지한 회사.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회사. 그 주인은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한때 아시아 1위 부호와 중국 3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던 쉬자인(许家印). 한 마디로 헝다는 끗발 날렸던 회사였다.         



 

문제는 빚이었다.

빚도 이름만큼 컸다. 부동산 사업 자체가 빌린 돈에 의존하는 구조이기도 했지만 헝다는 부동산과 관계없는 금융, 전기차, 헬스케어, 스포츠, 식품 분야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끔찍한 실수였다. 밝혀진 빚만 하더라도 1조 9700억 위안(357조). 잘 사는 나라의 1년 예산 규모였다. 이 빚과 이자가 헝다를 약골로 만들었다.          




헝다의 끗발은 끝났다.

중국 정부의 엄한 회초리에 사업이 어려워져 헐떡였고 이자를 갚을 돈도 바닥이 났다. 이를 본 신용평가 회사 S&P, 무디스, 피치는 헝다의 신용평가등급을 강등했다. ‘파산’이 코앞이라는 의미였다.         



  

희망이 없다는 징조가 분명했다.

헝다는 우선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눈물의 할인가로 팔았다. 진행 중이던 800여 개의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꿈 많았던 전기차 사업을 접었고 직원 임금을 체불했다. 주식은 90% 하락했다. 본사 사옥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쉬자인은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경영진들과 함께 헝다 지분을 팔았다. 헝다의 2대 주주는 가지고 있던 헝다 주식을 모두 팔아 치웠다. 작년에 1조 4300억이었던 걸 374억에 판 것이다. 분명 망한 회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모습들이었다.        




  



가장 불쌍한 건 죄 없는 주택 구매자들이었다. 

헝다가 800여 개 프로젝트의 공사를 중단하자 먼저 돈을 건넨 사람들은 집이 아니라 음울한 색깔의 콘크리트만 받게 됐다. 그 숫자가 무려 150만 명. 빚까지 끌어당긴 재산을 날리게 된 피해자들이 멱살을 잡으러 헝다 본사로 우르르 몰려갔다. “우리 돈을 돌려달라!” 얼마나 지독한 재앙인지. 그들 마음에 그저 증오만 가득했다. 헝다는 그들을 보호할 힘이 없었다. 이자를 갚아 부도(디폴트)를 모면하기에 바쁠 뿐이었다.                         



전 세계가 2008년의 지옥을 떠올렸다.

이자를 겨우겨우, 아슬아슬하게 갚는 헝다를 보자 기시감이 든 것이다.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 말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동산 문제였다. 전 세계가 긴장했다. 헝다가 무너지면 중국뿐만 아니라 헝다에 돈을 빌려준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피를 봐야 했다.         



 




결국 모든 눈이 중국 정부로 향했다. 

헝다에게 빚과 이자를 받을 주요 은행이 바로 중국 국유은행이기 때문. 만약 정부가 헝다에게 유리한 결정만 해준다면 헝다의 부도는 없는 일이 된다. 결국 모든 걱정이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됐다. “정부는 헝다를 살려줄 것인가?” 대답은 둘로 쪼개졌다.      



    

하나. 도와줄 것이다.

헝다를 살려줄 수밖에 없으니까. 만약 헝다가 부도나면 헝다와 관련된 많은 기업과 은행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그중에 헝다에게 큰돈을 빌려준 게 중국 국유은행이다. 폭탄을 끌어안은 게 정부란 것이다. 그뿐인가? 150만 명의 선분양자들은 계약금을 날리고 집도 없이 떠돌 것이다. 그럼 부동산에 대한 신뢰는 어쩔 것인가? 이제 마음 놓고 부동산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부동산 시장이 무사할까? 중국에서 부동산은 중국 GDP의 30%를 차지한다. 부동산이 무사해야 국가가 무사하다. 무엇보다 내년은 시진핑 3연임이 결정되는 해다. 민심과 경제가 꺾이고 권력이 꺾이게 되는 꼴을 시진핑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그러니 정부는 헝다 부도를 막아 줄 것이다.            




둘.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고 싶었던 게 바로 정부였으니까. 정부는 지금 사태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택 가격이 막 하락하기 시작했고, 집을 사지 못했던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그리고 헝다를 부도를 견딜 자신감도 있다. 헝다 부도가 중국 경제 시스템이 망가질 정도의 위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헝다가 살아날까? 글쎄, 이미 정부는 헝다를 여러 차례 도와준 바가 있다. 하지만 소용없는 게 드러났다. 그리고 만약 여기서 헝다의 부도를 막아준다면 그다음은? 다른 건설사도 도와줘야 한다. 그 건설사들도 빚이 어마어마하다. 이미 부채 많은 정부가 이들을 구제할 여유는 없다. 신중한 개입이 필요할 때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위험을 감수하고 헝다를 부도 시키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니 정부는 헝다 부도를 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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