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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Mar 21. 2023

헝다 위기 (3) <2022~2023>








결국 헝다(恒大)의 짝사랑이었다.

중국 정부는 자신에게 기생하는 ‘세금 거지’ 태도에 질색했다. 정부는 엄격한 회초리를 손에 놓지 않고 쉬자인(许家印) 회장을 불러 경고했다.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한 마디로 ‘네가 싼 똥은 네가 치우라’는 뜻이었다.           







‘질서 있는 부도’ 

당국의 결정이었다. 이번 기회에 부동산 거품을 빼고 ‘헝다’라는 회사를 도려내 부동산 업계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기로 한 것이다. 정부 쪽 사람들이 헝다에 투입됐다. 이른바 ‘리스크 해소 위원회’. 그들이 헝다를 모니터링하고 정리 작업을 지휘했다.           




본보기가 된 헝다.

그들은 이자를 갚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직원을 자르고, 가지고 있는 땅과 건물을 정리하고, 회장님의 요트, 맨션, 전용기를 팔아 돈을 마련했다. 그 돈으로 조금씩 이자를 갚았다. 물론 상환 기한을 어기고, 기한을 연장하고, ‘사실상 디폴트’ 선언을 받았지만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연장했다. 마치 끔찍한 숨을 쉬며 계속 버티는 환자처럼.          




당시 상황을 요약할 한 단어는 ‘불신’이다.

2022년 중국 부동산 연간 판매액은 2021년 대비 41%나 줄었다. 중국 집값 하락세도 연속으로 이어졌다. 구매자들이 뒷걸음질 친 것이다. 당연했다. 두려움이 도졌으니까. 업계 2위 회사가 공사를 중단하여 신뢰를 잃고 부도(디폴트)라는 지뢰밭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고 있는데 지금 부동산을 산다? 어림도 없지. 거래가 줄자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됐다. ‘힘들어 죽는 부동산 업계’ → ‘파산과 신뢰 추락’ → ‘줄어든 거래’  그다음은? 또다시 위험해지는 부동산 업계. 실제로 2022년 8월, 헝다처럼 제때 외채를 갚지 못하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30곳이나 됐다.        







희망을 잃은 건 업계뿐이 아니었다. 

집을 받지 못하고 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짓다 만 아파트 콘크리트를 바라보면 울분이 끓어오르는 피해자들. 파산한 기업의 고위직들은 평생 먹고 놀 수 있는 몫을 챙기고 도망갔지만, 그들은 보따리를 싸 들고 따뜻한 물도, 차가운 물도, 전기도 없는 콘크리트에 입주한 난민이 됐다. 그들이 곳곳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제대로 된 집을 받지도 않았는데 왜 담보 대출(모기지) 원리금을 내야 하느냐는 식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대출금을 갚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사가 멈추면 상환도 멈추겠다는 식의 대응이었다. 이는 다른게 아니라 그저 약속된 집을 가지고 싶다는 인간적인 바람이었다.   



       

공중 화장실에서 발견된 시진핑 비판 낙서 



이제 식은땀을 흘리는 건 정부였다.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었고 민심이 무너지는 신호를 읽었으니까. 첫째, 부동산 가격을 잡고 싶어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중국에서 부동산이 가지는 의미와 무게는 각별했으니까. 인민의 자산 70%, 중국 GDP에서 25~30% 차지하는 게 바로  부동산이었으니까. 부동산이 무너진다는 건 중국 경제에 쓰나미가 덮치는 걸 의미했다. 둘째,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시진핑 3연임. 이미 인민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있는 상태. 이곳저곳에서 시위가 터지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민심 관리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먼저 온갖 방법이 튀어나왔다.

정부는 공무원에게 주택 구입 보조금을 지급하고, 가족과 지인에게 부동산 구매를 촉진하라는 공문까지 내렸으며, 시골에 사는 농민들에게까지 아파트를 사라고 광고했다. 눈치 빠르고 충성심 깊은 한 공무원은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한 채를 샀으면 두 채를 사고, 두 채를 샀으면 세 채를 사고, 세 채를 샀으면 네 채를 사자”.  자유주의 국가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결국 정부가 돈을 썼다. 

2022년 11월, 구제책이 발표된 것이다. 엄격했던 중앙 정부가 돈이 없어 헐떡거리는 부동산 개발업체에게 대출을 지원하고 대출 상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한편으로 지방 정부는 주택 구매자들에게 보증금 삭감과 세금 환급 및 현금 지원을, 개발업자들에겐 구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부동산 기업들이 미완공 주택 공사를 마무리하는 데 힘을 보태기로 약속했다. 내팽개칠 땐 언제고 다시 구제해 주겠다는 이중적인 손짓이었지만 부동산 업계에겐 간절히 바라던 구원의 손길이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었다. 

부동산 회사를 놔둬도 위험했고, 도와줘도 위험했으니까. 얼빠진 놈들이 아니라면 달러의 가치가 오를 때 이런 부양책들이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지방정부가 코로나 검사와 그들이 진 빚과 이자를 갚느라 돈이 고갈된 상태였다. 내부에서 갈팡질팡했을 터. 하지만 어쩌겠는가? 중국의 가장 굵은 생명줄이 부동산이었으니. 악수(惡手)인지 알면서도 바둑돌을 놓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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