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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01. 2021

춤이란 무엇인가?

놀쇠 선생 춤 무대 공연기

춤이란 무엇인가?

내가 춤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춤이라고 하면 그저 현대무용, 고전무용, 한국무용, 이사도라 덩컨, 최승희…. 이런 단어들을 주어 들었을 뿐인데…. 그런 내가 무대에서 춤 공연을 했다. 지난가을 최 보결 선생님이 이끄는 춤 학교에서 연말에 공연 예정인데 함께 하자는 기별을 받았다. 동료들이 한다 하니 큰 고민 없이 시작했는데 돌이켜보니 참 무모하고 겁 없는 도전이었다. 특히 코로나 시국이라 함께 모여 연습도 못하고 온라인(줌)으로 소통하다 보니 ‘무책임하게 괜히 한다 그랬나?’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원래 작년 크리스마스에 잡혔던 공연인데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27일(원래 26,27일 양일 공연) 하루 공연으로 행사를 마치게 되었다. 나름 긴 기간 마음 졸이며 기다린 공연인지라 많은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무관객 공연과 공연연기 등을 오가다 결국 공연 2일 전 일부 관객 초청 공연이 결정되는 바람에 홍보를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춤을 짓다:연습 장면

나는 이번 공연에서 독무(춤을 짓다: -무언가를 짓는다는 것은 그 결과물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일이다. 집을 짓고, 밥을 짓고, 옷을 짓는 일 모두 짓는 이의 정성으로 사람들은 조금 더 행복해진다. 어설픈 몸짓이지만 집을 짓고, 옷을 짓고, 밥을 짓는 춤을 짓는다)와 군무(아름다운 남자들: 머리는 희끗희끗, 배는 불룩, 청춘을 보내고 난 이 시대 중년의 남성들… 그들 각자의 삶은 달라도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이다.)에 참여했다. 게으른 천성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보로 연습을 미루다 공연 2일 전 몰아치기 연습 여파로 정작 공연 당일에 왼쪽 다리에 근육경련이 와 응급처방(다행히 동료 중 한의사가 있어)을 받고 어렵사리 부상투혼으로 공연을 마쳤다.


젊은 시절 풍물패로 여러 공연을 뛴 경험이 있다. 풍물은 아시다시피 주로 넓은 광장 공연이 주다. 물론 약속된 동선을 잡기도 하나 대부분 즉흥성이 강하고 상쇠의 리드에 따라 판을 끌고 가는 것이니 일정 무대 안에서 하는 공연과는 조금은 다르다. 이렇게 정해진 무대 안에서 그것도 모든 이의 눈길을 홀로 받으며 무대를 채워 나가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랴. 예상은 했지만 무대에 서니 머릿속은 하얀 백지가 되었고, 가슴은 벌렁, 손발은 오글오글, 시선은 어디에 둘지 몰라 허공을 헤맸다. 다행인 것은 내 속에 그래도 딴따라 기질이 숨어 있는 것인지 내가 오늘 뭘 표현하려는 것에 집중했다.

‘아버지…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 그 속에 나, 또 내 속에 그 아버지….’

한 판 춤을 추고 나니 그동안 그저 아버지였던 우리 아버지가 30여 년 만에 마음속 깊이 들어왔다. 그러므로 이번 어설픈 나의 춤 데뷔 전을 다른 이들이 어떤 평가를 하든 나는 멋진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군무- 아름다운 남자들:공연 연습 장면

왜 한판 춤인가? 무대 위에서 공연이 시작되면 내 것인 것은 내 몸뚱이 하나뿐이다. 어떤 공연이든 한 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배우뿐 아니라 무대, 조명, 스텝, 관객 또 그 뒤에 숨어 있는 총연출자 및 그 관계자 등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배우는 그저 그 한 판의 일 부분이다. 다만 그 배우는 요리로 치면 주 재료인 셈이다. 최보결 선생님이 공연 전 하셨던 얘기가 떠오른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역시 고수다. 내가 주 재료 역할을 잘했는지는 어쨌는지 몰라도 끝나고 나니 조금은 아쉽다.

며칠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멍한 상태로 널브러져 있다. 그 멍한 공간 사이로 또다시 무모한 생각이 흘러간다.

‘언젠가 춤 한판 제대로 푸지게 추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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