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출신인 나는 불 지피기 선수다. 소여물부터 돼지 밥 등을 삶아 내던 사랑방 부엌 담당이었기 때문이다. 아궁이 불 지피기는 겉보기에 쉬워 보여도 경험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빨리 불 붙일 욕심에 처음부터 마른 장작을 쟁여 넣고 붙여 봤자 십중팔구 불꽃은 사르르 꺼져 버린다. 아궁이 불을 지필 때는 먼저 잘 탈 수 있는 잔가지를 넣고 작은 불씨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 작은 씨불이 점점 큰 불꽃으로 타올라 마른 장작을 태우기 시작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는 이제 생나무 장작을 넣어도 꺼지지 않고 잘 타게 된다.
조직 혁신도 이와 같다. 혁신활동을 선언했다고 부실한 조직이 어느 날 갑자기 활활 타오르지는 않는다. 그런 욕심으로 시작하는 혁신활동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오히려 어설픈 혁신활동은 조직을 더 망치게 한다. 조직 살리기도 불 지피기와 같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씨불을 찾는 일이다. 아무리 망가진 조직이라도 찾아보면 분명 꺼지지 않은 씨불을 간직한 조직원이 있다. 리더는 설문이나 면담, 간담회 등 온갖 방법을 통해 반드시 그런 씨불을 찾아내야 한다.
‘불이 불을 붙인다.
불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된다.
불붙은 사람이 생명수다.
우리는 서로에게 씨불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중불이 되어야 한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쓰러져 가는 부실 조직에 부임해 조직원들에게 보냈던 메시지 중 하나다. 힘들었던 지난날을 던져버리고 서로에게 씨불이 되어 그 마중불로 다시 한번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사업을 해보자는 의미였다. 나는 어떤 꺼져가는 조직도 한줄기 작은 씨불이 살아 있다면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를 ‘불꽃론, 씨불론’이라 불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집집마다 상수도 대신 수동 펌프가 있었다. 이 수동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펌프질로 압력이 생겨 물이 나오게 된다. 이때 처음 부어 주는 한 바가지 물을 ‘마중물’이라 부른다. 조직혁신 활동에서 씨불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마중물 붓는 이치와 같다. 먼저 마중불인 씨불을 찾아 내 잘 타도록 도와주면 씨불은 점점 장작불처럼 활활 타올라 주변의 혁신활동 반대자까지 태워 주기 때문이다.
박세리 키즈, 박지성 키즈, 박찬호 키즈라는 말이 있다. 바로 마중불이 된 사례이다. 박세리가 1998년 LPGA 맥도널드 챔피언쉽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한국 선수들에게 미국 LPGA에서 우승을 한다는 것은 그저 꿈이었다. 우승은커녕 LPGA 진출 자체도 힘들었다. 하지만 1998년 박세리가 나타나면서 그 벽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맨발의 투혼을 보이며 우승하던 모습을 보고 자란 수많은 골프선수(세리 키즈)들이 지금은 LPGA를 호령하고 있다. 그들은 박세리라는 씨불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불을 붙였으며 그 불이 옮겨 붙어 지금처럼 한국 선수들이 LPGA를 점령하다시피 하게 된 것이다. 2021년 4월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1,2,3위는 모두 한국 선수이며 30위까지에는 무려 18명의 선수가, 100위 안에는 본바닥인 미국(22명) 보다 많은 무려 34명이 랭크되어 있다. 박세리라는 씨불이 얼마나 큰 불을 만들었는지 숫자로 확인하니 소름이다. 박지성 키즈는 또 어떤가? 박지성이라는 불세출의 씨불을 보고 자란 수많은 축구선수들은 이제 유럽 빅리그를 그저 꿈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손흥민이 있고 이강인, 황희찬, 황의조, 이재성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각 빅리그 유소년 축구팀에서 미래의 박지성, 손흥민을 꿈꾸면 활약하는 꿈나무들도 즐비하다. 박찬호 키즈의 활약도 대단하다. 그 대표주자로 류현진이 있고 2021년 현재 최지만, 김하성, 김광현, 양현종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처럼 어느 한 사람의 씨불이 마중 불이 되어 주변을 태우기 시작하면 마침내 무엇을 넣어도 활활 태우는 큰 장작불이 된다. 어떤 죽어 가는 조직도 씨불을 찾아 정성으로 살려내면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다. 명품 조직 만들기의 시작도 이와 같다. 바로 씨불 찾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조직을 살리려거든 무조건 씨불을 찾아라. 그 씨불이 마중불이 되어 죽어 가던 조직도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조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