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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19. 2019

개보름날

잠은 안오고

우리 동네에선 대보름 전날을 개보름이라 했다. 대보름 이브인 셈이다. 예전 같으면 오늘은 큰 놀잇날이다 아이들은 공식적으로 불장난을 시작 할 수도 있고,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 밥을 훔쳐도 되는 날이다.


초저녘 아이들은 형이 만들어준 지불깡통에 며칠동안 소나무를 오르 내리면 따 모은 광솔을 넣어가며 팔이 빠지도록 지불놀이를 했다. 지불놀이가 끝나면 불깡통 멀리 던지기로 마무리를 했는데 가끔 방향을 잘못잡아 논에 쌓아논 짚더미를 태워 혼나기도 했다.  


지불놀이가 끝나면 친구네 집에 모여 '이거리저거리바꺼리'하며 놀다 허가 된 밥도둑질을 했다. 친구 엄니가 살짝 솥에 넣어둔 밥과 나물들을 훔쳐다 큰그릇에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꿀떡~


개보름날 저녁,

지불놀이도 못하고, 밥도 못 훔처 먹고

괜한 감상에 젖어 앨범을 뒤적인다.

젠장, 소년은 중늙은이가 되어 버렸고,

시간은 벌써 개보름이 대보름이 되어버렸네.

낼 아침에는 부럼도 깨물고 귀밝기 술도 마셔야는디...

자야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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