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발 광나루행 버스, 저걸 타면 서울 갈 수 있을까?

여행자의 나라 미얀마 그 일상의 얼굴-여섯 번째, 미얀마의 교통수단

by 청년홈즈

양곤은 모든 시간이 공존하는 도시다. 특히 도시를 달리는 차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반 세기는 굴러 다녔음직한 오래된 차들도 보이고 최신형 벤츠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버스는 더 천차만별이다. 저게 어떻게 굴러 다닐까 하는 구닥다리 버스부터 최신형 에어컨 버스도 보였다.


'양곤발 광나루행 370번 버스'
나는 분명히 미얀마 양곤 시내에서 서울 광나루 가는 370번 버스를 목격했다. 양곤 외곽 달라 지역을 구경하고 양곤시청 앞에서 잠시 늘어져 있을 때였다. 시청 앞을 달리는 차들 중에 눈에 쏙 들어오는 버스가 있었다. 익숙한 푸른색에 '370'이라는 숫자와 옆면에 '광나루역'이라는 한글이 또렷하게 보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버스를 향해 뛰었다. 왠지 놓치면 안 된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가까이 가서 보니 버스에는 한글과 미얀마 글자가 뒤죽박죽 붙어 있었다.
'아차! 여기는 양곤이지'
버스 타고 출근하던 습관대로 즉각 반응했던 내 행동이 우스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버스.jpg ▲ 타요버스와 지붕에 한글이 선명한 7739번 버스 7739번은 현재 은평차고지~홍대입구를 순환하는 마을버스다.

양곤 시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한참을 달렸을 한글 달린 중고버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보다 훨씬 숫자가 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서울시의 ‘타요버스’도 큰 눈망울을 굴리며 달리고 있었고, 녹색의 7739번 마을버스도 보였다. 흥미로운 건 수입 후 새로 도색 작업을 했을 텐데 한글 몇 개를 남겨두었다는 점이었다. 버스마다 어느 부분에는 '은평차고지행' '광나루행' 등 한글을 달고 다녔다. 그런 한국산 중고 버스들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일본이 타던 중고 여객선 세월호가 떠올라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이번 여름 미얀마 여행이 끝날 즈음 문재인 대통령이 미얀마를 공식 방문했다. 뉴스를 보니 미얀마가 6.25 때 우리나라에 쌀 지원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스쿨버스 60대를 기증했다고 한다. 아마 그 스쿨버스는 중고가 아닌 새 차였을 게다. 한국산 중고차만 타다 새 차 탈 학생들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미얀마의 탈 것들
대부분 여행자들은 이색적인 환경이나 체험으로 스스로 여행자라는 것을 깨닫고 싶어 한다. 현지 사람들이 이용하는 탈 것들을 관찰하거나 체험해보는 것도 여행의 별미가 된다. 현지인들의 탈 것들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고, 그 속에 실려 있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그런 탈 것에 대한 추억이 있다. 필리핀의 '트라이시클'과 보라카이섬에서 타 본 전통배 '방카', 태국의 '툭툭이'와 베트남의 '시클로' 등은 지금도 그 나라를 못 잊게 한다.

미얀마에도 이런 이색적인 탈 것들이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보았던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싸이까', 태국의 툭툭이와 비슷한 '사잉게까(모터바이크, 모터사이클)', 바간에서 재미있게 탄 '호스까'라 부르는 마차 등이다.

이 중에서 내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라인까(Line Car)'라 부르는 미니버스다. 라인까는 한국으로 치자면 마을버스쯤 되는 미얀마의 대중교통 수단이다. 트럭을 개조해 만든 이 차는 미얀마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으며, 뒤 칸에 많은 사람을 싣고 차 꽁무니에 조수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양도 제 각각이어서 어떤 차는 개조한 뒤 공간에 군용 트럭처럼 양 옆으로 긴 의자가 놓여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차는 의자는 없고 바닥 전체에 장판이 깔려 있는 차도 있었다. 어떤 차량은 지붕에 여러 사람을 태우고 시내를 질주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죄다 도로교통법 위반일 게다.

버스5.jpg ▲ 라인까를 타고 가는 미얀마 사람들: 아슬아슬 위험해 보였다.
버스1.jpg ▲ 따웅지 시장에서 빠오족을 실은 라인까: 라인까에는 미얀마 서민들의 삶이 실려 있다.


라인까를 타보니
낭쉐에서 따웅지를 갈 때 '라인까'를 타 보았다. 일반 버스도 있었지만 현지인들의 이동수단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동거리가 멀지 않아 이색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도했는데 지나친 방심은 재앙을 낳는다. 우리 일행은 닥쳐올 1시간 30분 동안의 험난한 고행 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탔던 라인까는 도요타에서 나온 픽업트럭을 개조한 것이었다. 그 조그만 차에 상상을 초월하는 짐과 사람을 태웠다. 세어 보니 무려 26명이나 되었다. 눈대중으로 봤을 때는 많이 태워봤자 12~15명일 것 같았는데 조수는 능숙한 솜씨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퍼즐 맞추듯 끼워가며 거짓말처럼 26명을 태웠다. '사람 많이 태우기' 기네스 기록에 도전해도 될 것 같았다.

불편한 승차감에도 처음에는 그럭저럭 버텼다. 그런데 30분쯤 지나자 구불구불 길을 울퉁불퉁 달리는 통에 차멀미가 올라왔다. 좁은 공간 때문에 몸은 점점 쪼그라들었고, 낮은 천장 때문에 머리는 접힌 채 가야 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고 등짝에는 땀이 흥건하게 배었다. 반면에 미얀마 사람들은 익숙한 듯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 와중에 어떤 이는 눈을 감고 자는 이도 있었다. 온몸으로 고통을 참으며 '내가 다시 라인까를 타나 봐라' 결심하며 빨리 도착하기만 바랐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따웅지는 차멀미도 잊게 하는 묘한 매력의 도시였다. 이런 매력 때문이었는지 다시는 안 탈 것처럼 말했지만 우리는 낭쉐로 넘어오는 길도 역시 라인까를 타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잠잘 정도는 아니었어도 그럭저럭 탈 만했다. 올 때도 승차 인원은 26명이었다. 아마도 그들만의 '적정 인원' 기준인듯했다.


버스55.jpg ▲ 따웅지 갈 때 탔던 라인까: 이 차에 26명이 탔다는 게 믿어지는가?

미얀마 버스의 한글 표기 비밀이 밝혀지다.
낭쉐(인레)에서 바간 가는 심야버스도 우리나라에서 쓰던 중고버스였다. 그 버스에는 수입하기 전 한국에서 어디를 달렸는지 짐작할 수 있는 한글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였다. 새롭게 도색을 하면서 일부러 한글을 다시 그려 넣은 듯한데 한글을 몰랐던지 '정안 휴게소 환승 차량'이라는 글자가 좌우측이 틀리게 쓰여있었다.

오른쪽에는 띄어쓰기가 틀린 채로 '정 안휴 게소 환승 차량'이라 그려져 있었고, 왼쪽에는 두 글자가 틀린 채로 잘못 그려져 있었다. '정 안휴 게소 환승 차량'을 보고 베낀 듯한데 '안'을 '인'으로 '환'을 '흐ㅏㄴ(자판으로 표기 불가능, 사진 참조)'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었다.

이 버스로 보니 양곤 시내버스에 남아 있는 한글의 비밀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미얀마 사람들이 중고 버스에 한글을 달고 다니는 이유는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새롭게 도색하면서 '정안 휴게소 환승 차량'이라는 한글을 다시 그려 넣은 이유는 한국산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한국산 과시용으로 한글 표기를 활용한 것 같았다. 아니라면 도색을 새로 하면서 일부러 '정안 휴게소 환승 차량'이라는, 그들에게는 의미 없는 한글을 그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버스를 보면서 나는 이런 추정을 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중고버스라도 한국산을 무척 좋아한다. '정 안휴 게소 환승 차량' 이 글자가 확실한 증거다.'

버스3.jpg ▲ 증거: 왼쪽에는 두 글자가 틀렸고, 오른쪽은 글자는 맞지만 띄어쓰기가 틀리게 그려 놓았다.


나는 아직 양곤발 광나루행 버스를 타보지 못했다. 일정에 쫓겨서이기도 하고 버스를 타면 어디에서 내릴 줄 모르니 겁이 나기도 해서였다. 그럼에도 다음에 양곤을 방문하면 버스 타고 서울 가는 상상을 하며 꼭 광나루행 버스를 타보고 싶다.


혹시 아는가?

실제 남북통일이 되고 아시안하이웨이가 연결되어 양곤에서 서울까지 버스 타고 올 수 있는 날이 올 지.


☞ 알고 가면 좋은 정보:미얀마 탈것들

미얀마는 아직 교통체계가 불편하다. 한국의 대중교통을 생각하고 가면 큰 코 다친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대하지 말고 가면 실망은 줄어든다.
1. 국내 항공편: 미얀마는 국토가 남한보다 7배 정도 넓기 때문에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격 부담만 빼면 가장 편리하다. 프로펠러 비행기가 많지만 국영 미얀마 에어 웨이 항공사는 제트 비행기도 보유하고 있다. 비행기 출발이나 도착 시간은 원래 출발 시간보다 1시간 정도는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기존의 출발시간 개념은 버려라.
2. 기차: 미얀마에는 총 4천 키로가 넘는 철도노선이 있다. 하지만 식민지 시절 건설되어 노후화되어 있고 기차도 낡아서 느리고 지저분하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타보면 타 볼 만하다. 양곤 외곽을 순환하는 양곤외곽순환 열차는 꼭 타보시길 추천한다.
3. 버스: 여행지간 이동은 기차나 비행기가 아니면 주로 익스프레스 에어컨 버스(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도로 사정도 그렇고 워낙 지역 간 거리가 멀어 보통 10시간에서 12시간씩 이동한다. 각 도시에는 시내버스도 있는데 한글이 쓰여 있는 중고 버스가 많다. 보면 타고 싶은 충동이 일 것이다.

4. 택시: 미얀마는 아직 미터기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타기 전 반드시 흥정을 통해 가격을 정하고 탈 것을 권한다.
5. 라인까: 마을버스라 생각하면 된다. 조수에게 목적지를 정확하게 물어보고 타는 게 좋다.
6. 싸이까: 양곤 외곽 달라 지역을 방문할 경우 한 번씩 타보게 되는데 달라 지역 2시간 정도 도는데 5천짯 정도 받았다. 요즘 관광객이 넘쳐나 바가지 씌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타기 전 흥정은 필수다.
7. 호스까: 바간에 가면 한 번쯤 타게 된다. 반나절 일정, 하루 일정 등 일정에 따라 가격은 다르며 하루 일정이 2만5천짯(흥정 가능) 정도였다. 바간에는 호스까 이외에 자전거나 요즘 전기오토바이도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낭창낭창 미얀마식 걸음걸이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