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레부 마을에서 온 편지 한 통

레부마을 아이들과 선생님의 안전을 빕니다.

by 청년홈즈

레부마을에서 온 편지 한 통

내가 처음 장학금을 받았던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다. 시골 중학교에서 공부 쫌 한다고 받았던 일종이 성적 장학금이었는데 장학금이라고 쓰여 있는 하얀 봉투에 그 당시(80년대 초반) 거금인 2만 원이 들어 있었다. 그 돈을 부모님께 갖다 드리자 기뻐하며 부모님은 오랫동안 장롱 속에 보관하며 수십 번도 더 꺼내보곤 했었다. 어느 가을날 부모님은 그 돈으로 암놈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사 왔다.

“이 염생이가 병호 공부 밑천이여”

어리바리한 새끼 염소를 보며 기뻐하던 어머니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어머니 말씀대로 그 염소는 무럭무럭 자라 새끼도 몇 마리 낳았고 훌륭하게 내 공부 밑천이 되어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뜬금없이 내 오래된 장학금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우연한 기회에 내 미얀마 선생님의 연으로 미얀마 레부마을에서 온 한 통의 편지 때문이다. 미얀마 시골마을에서 전해 온 편지 한 통이 연이 되어 나는 그 후로 매월 적은 금액이나마 그곳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군사쿠데타 이후 장학금은 그들에게 전달될 수 없어졌으며 현재는 매월 모아지는 적은 금액들을 그들의 생계 후원금(해외 주민 운동연대)으로 지원되고 있다 한다.


<레부마을 장학금 지급 기준과 목적>

1. 목적: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중심으로 기준하며, 교육을 끝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선정 기준과 규칙

1) 사람으로서의 됨됨이가 있는 학생

2) 부모님은 물론이고 스승님과 존경해야 할 대상을 잘 아는 학생

3) 봉사정신이 있으며 남의 어려운 일을 잘 살피고 도울 줄 아는 학생

4) 공부할 수 있는 한 하고 싶어 하는 학생

5) 부모님 또한 아이의 교육에 관심 있고 계속 교육받기를 원하는 가정의 학생

6) 달마다 받는 장학금의 일부를 저축하여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7) 학부모와 학생 어느 한쪽이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는 중단한다.

8) 학부모와 학생 모두 장학금을 알차게 쓰는 경우는 대학 졸업 때까지 후원받을 수 있다.

9)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잘 성장하여) 미래에 본인과 같은 또 다른 후배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한다.


내가 처음 특히 이 장학금 후원에 마음이 가고 더 끌렸던 이유는 장학금 선정 기준과 규칙이 참 맘에 들어서다. 우리나라에 장학금 지급기준은 성적순이 대부분일 텐데 레부마을 장학금 선정 기준은 성적기준이 없는 아홉 가지 선정기준이다. 성적보다는 학생의 의지나 형편 부모님의 의지 등을 살펴 선정하는 점이 참으로 맘에 든다. 자세히 살펴보면 장학금이라는 취지에 합당하고 학생들에게도 이런 기준이 훨씬 도움이 될듯하다. 내가 우리나라 장학금 제도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미 된 놈 아니면 어차피 될 놈’ 밀어주기식 기준은 바뀌었으면 좋겠다. 물론 잘하는 아이들도 가정형편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무조건 성적 기준의 지급을 반대한다는 얘기다.


하루빨리 미얀마에 평화가 찾아와 레부마을 아이들에게 다시 장학금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은 없지만 미천한 내 글이 그들의 투쟁을 기억하게 하고 그 작은 파동이 힘이 되어 레부마을 선생님들의 안전과 그곳 아이들이 학교에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레부3.jpg 미얀마 레부마을 장학금 수여식(쿠데타 이전):현재 선생님들은 피신 중이고 장학금은 레부마을 아이들 생계 후원금으로 지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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