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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Oct 10. 2023

세계를 사로잡은 K-콘텐츠의 힘

(세계는 지금) K에 반하다.

‘첫 등장 순간 한복을 입고 관객 앞에서 한국 유산에 경의를 표했다’


미국 CNN에 올라왔던 블랙핑크 코첼라 공연후기다. 2023년 4월 15일과 22일, 북미 최대 뮤직 페스티벌 코첼라 헤드라이너는 ‘블랙핑크’였다. 무대에 오른 ‘블랙핑크’는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대형 기와지붕 한옥세트에 한복 디자인 철릭을 입고 한국어 노래를 불렀다. 공연을 즐긴 사람은 대략 일일기준 현장 관객 12만 5천여 명, 실시간 스트리밍 2억 5천만 명이 시청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 팝의 주류무대에 보여준 K팝의 당당한 위상이이다.

블랙핑크 코첼라 공연:2023년 4월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세렌디피티는 K-콘텐츠였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뜻밖의 발견, 의도하지 않은 발견, 운 좋게 발견한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영국 작가 호러스 월폴(Horace Walpole, 1717~1797)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의 생활패턴이 바뀌자 많은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생활에도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비대면 활동, 비대면 서비스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극장, 공연장 등이 주무대였던 문화 콘텐츠들은 무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OTT(Over The Top)플랫폼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21년 9월, ‘오징어 게임’이라는 신선한 드라마 한 편이 글로벌 OTT플랫폼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를 열광시키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에 갈 수 없었던 사람들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이 독특한 드라마 한 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온라인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기준으로 ‘오징어 게임’은 무려 53일 동안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으며 그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이전까지 K좀비 드라마 ‘킹덤‘이 K드라마의 존재감을 알렸다면 오징어 게임’은 세계인을 K드라마의 세계로 빨아들이며 K콘텐츠의 우수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 ‘사냥개들’ ‘무빙’ 등으로 꾸준하게 글로벌 흥행을 이어오면서 이제 K드라마는 세계인이 믿고 찾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오징어 게임이 드라마 부분의 K콘텐츠를 알린 일등공신이라면 K팝 분야에서는 단연 BTS를 꼽을 수 있다. BTS의 인기는 아미(ARMY)라는 강력한 팬클럽을 지원군 삼아 콘서트가 자유롭지 못했던 코로나 시국에서도 오히려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서구권에서는 K팝을 비롯 K콘텐츠에 대해 금방 시들어 버릴 반짝 유행이라는 시각이 주류였다. 특히 독일 매체들은 K팝에 대해 과할 정도로 깎아내렸다. 2018년 독일의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에 실린 K콘텐츠 비평기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불과 3년 후 이 매체에는 전혀 다른 논조의 K콘텐츠 기사를 올린다. 같은 매체의 시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2018년 기사: K팝 그룹은 공장에서 찍어낸 가수들이며 뮤직비디오는 이미지 과잉에 아티스트는 노예계약에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은 단지 인권을 무시한 하드 트레이닝의 결과물일 뿐이다.’

'2021년 기사: K팝과 기생충 그리고 가장 최근의 오징어 게임, 지옥 같은 넷플릭스 히트작, 한국은 광대한 크리에이티브 파워를 갖고 있다’


이제 K콘텐츠 바람은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 여전히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시기 질투를 받고 있지만 K에 빠져드는 문화의 흐름은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언감생심 쳐다보지도 않았던 빌보드 차트 1위 소식이 이제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 얼마 전 BTS 멤버 지민과 정국은 가각 솔로 앨범으로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했다. 걸그룹 ‘뉴진스’는 데뷔한 지 6개월 만에 빌보트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불붙기 시작한 K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더 집중해야 할 때이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그저 놀랍고 기분 좋은 것을 넘어 어렵게 찾아온 지금의 K콘텐츠 바람을 거름 삼아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세계가 콘텐츠 산업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콘텐츠 산업분야에서 한국은 한참 후발주자다. 


콘텐츠 산업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조앤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가치는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수출 총액을 넘는다고 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콘텐츠 수출은 연관 효과가 더 큰 분야로 수출 1억 달러 증가할 때마다 화장품, 가공식품, 패션, IT 기기 등 관련 소비재 수출은 1억 8천만 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더불어 생산유발 효과로 1억 6천 달러, 콘텐츠 생산 과정에 7천 달러가 더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K콘텐츠를 1억 달러 수출하면 5억 1천 달러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20년 9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트 핫(Hot) 100 차트 1위를 차지함으로써 얻어지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무려 1조 7천억에 이를 것이라는 문화체육관광부 분석 자료가 있다. 이는 직접적인 음반판매, 음원 및 공연,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기타 수입 등 이외에 화장품, 식료품, 의류 등 연관 소비재의 수출액 증가 및 국가 브랜드에 미친 영향까지 포함한 결과이다. 


이러한 K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거둬드린 수익은 2021년 10월 기준으로 무려 약 8억 9천만 달러(약 1조 5백억)로 추정한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에 대한 IP(지식재산권)는 넷플릭스에 있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으로 파생된 관련 상품 판매 등에 대한 판권은 국내 제작사가 갖지 못한다. 오징어게임은 일종의 매절계약 형태로 계약했기 때문에 제작비의 110% 외에 별도의 인센티브는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시즌2 제작이나 해외 리메이크 판권도 넷플릭스 몫이라 하니 뭔가 빼앗기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IP(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관련법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사실 K콘텐츠 바람은 K팝, K드라마, K영화에서만 부는 것이 아니다. K클래식은 임윤찬과 같은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수년에 걸쳐 국제콩쿠르 우승을 휩쓸고 있으며, 만화를 모바일 세계로 끌어들인 한국이 만든 콘텐츠 K웹툰은 이미 세계시장을 장악했고, 세계적 스타 페이커 이상혁을 보유한 e스포츠의 힘 그리고 게임산업도 세계적 수준이다. 이러한 K콘텐츠의 바람은 그동안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으로 인식되었던 K를 K팝, K드라마, K영화 등 한국을 콘텐츠의 나라로 인식시키기 시작했다. K콘텐츠의 바람은 이제 시작이며 향후 수십 년은 지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K콘텐츠가 미래먹거리 산업이고 희망이다. K-바람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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