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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Oct 19. 2023

몸-섬세한 몸짓 언어를 가진 타고난 춤꾼 들

K족의 비밀-섬세한 소통방식을 가진 K족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사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 꼭 찾는 이유다. 시장 한편에 앉아 가만히 그 나라 사람들 구경하다 보면 그들의 표정, 몸짓, 함께 만나 대화하는 모습 등이 눈에 들어온다. 얼굴표정이나 몸짓 등을 통해 멀리서도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그렇게 앉아 있다 가끔 멀리 동양인이 보이면 그 사람이 한국인일지 중국인일지 궁금해진다. 나는 그 동양인이 일본인인지 중국인지는 잘 분간이 안 가지만 한국인만은 확실하게 골라낼 수 있다. 가까이 볼 때야 같은 한국인이니 얼굴만 봐도 알아볼 수 있겠지만 멀리 떨어져 동양인 형체만 보이는 경우는 다르다. 이 때는 그 동양인의 걷는 모습이나 작은 몸짓 또는 옷차림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관찰만으로 한국인을 80~90%는 맞출 수 있다. 조금만 관찰해 보면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목적지향형 성향, 특유의 옷 입기 성향들이 보인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뭔 지 모르게 빠르고 직진형이 많다. 특히 나이 좀 있는 한국 사람들은 이런 특징이 더 잘 드러나 찾아내기가 더욱 쉽다. 옷 입는 모습도 그렇다. 어딘지 모르게 신경 써 차려입은 옷 태가 난다. 


미얀마 샨주 따웅지 재래시장을 갔을 때이다. 그 넓은 시장에서 걸음걸이만 보고 멀리 걸어오는 한국인 젊은 커플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빨리빨리 직진하는 한국인과 달리 미얀마 사람들은 낭창낭창 느릿느릿 걷는다.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들 성격을 닮아서 그런지 미얀마 사람들은 대부분 여유롭게 걷는다. 그러니 그 속에서 한국인 찾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이렇게 몸짓이나 행동, 표정만으로도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음을 연구한 학자가 있다. ‘메라비언 법칙’을 주장한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다. 그는 인간의 소통상황에서 말을 통한 메시지 전달보다 몸짓이나 소리 등을 통한 비언어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주로 말(음성언어)로 정보를 파악하고 의사소통 할 것 같지만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는 ‘얼굴 표정 등 몸짓 55%, 발음이나 억양 등 청각적 요소 38%, 말 7%’로 정보를 파악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몸짓은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소통 언어다. 이 몸짓은 자신이 살아온 자연환경이나 생활문화환경에 따라 특유의 소통 언어로 장착된다. 그러므로 나라마다 말이 다르듯 각 문화권마다 몸짓의 의미도 조금씩 다르다. 한국인의 몸짓에도 한국인만의 독특한 몸짓 언어가 있다.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일이나 상관없다는 의미로 머리를 갸웃거리지만 미국 사람들은 양팔을 내리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여 편 채 어깨를 위로 으쓱하는 몸짓으로 표현한다. 한국인들이 옆으로 고개를 흔드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지만 네팔 사람들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은 긍정의 의미라고 한다. 눈을 크게 부릅뜨는 것도 앵글로색슨 문화에서는 ‘놀람과 경탄’으로, 중국에서는 ‘불쾌감’으로, 스페인에서는 ‘알아듣지 못했다’며 도움의 요청으로, 한국에서는 흔히 나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와 같이 살아온 자연환경이나 생활문화환경에 따라 그들의 유전자 속에는 의미가 다른 각각의 몸짓 언어가 들어있다. 


“자신의 몸과 대화해 보세요. 지금 느낌을 몸짓으로 표현해 보세요”

"이제 여러분 몸 속에 있는 춤을 꺼내 보세요"

몇 년 전부터 춤판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운 좋게 훌륭한 춤선생님을 만나 몸짓 언어인 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춤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 춤선생님이 던진 일성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나의 춤 스승인 최보결선생님은 춤문화운동가이자 '최보결의 춤의학교'를 운영하며 인간의 내면 속 아픔이나 기쁨을 춤으로 꺼내 스스로 치유하는 것을 돕는 춤꾼이다. 보결춤은 니체 철학을 바탕으로 춤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춤을 통해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사람들과 함께 인류평화를 위해 춤을 춘다. 


선생님께 배운 춤 중에 방바닥 댄스라는 것이 있다. 방바닥에 누워 음악을 따라 태초에 어머니 자궁 속을 유영하듯 추는 춤이다. 처음 이 춤을 출 때였다. 방바닥에 누워 물 흐르듯 춤을 추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내 몸속 언어가 춤을 타고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온몸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일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몇몇 춤 동무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보결춤의 신비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속에 박혀 있는 몸짓 언어에 대해 말하려 함이다. 몸짓 언어는 본능이다. 태어나자마자 몸을 흔들어 기본적인 의사 표현을 하듯 몸짓은 가장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언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오는 이 몸짓 언어에는 자신이 살아온 지역, 기후, 생활 습관 등을 담은 문화 유전자가 들어있다. 그러므로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특유의 몸짓 언어 속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 정체성이 들어 있다.


“에이 나 춤 못 춰”

한국인의 몸짓 유전자 속에는 춤 잘 추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몸을 뒤로 빼지만 막상 춤판이 벌어지면 춤꾼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유전자가 발동한다. 아줌마 춤의 대명사 관광버스 춤판을 보라. 관광버스 춤이 한창일 때는 관광버스 아래에 강철판을 추가로 깔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국인은 특유의 흥 유전자에 신명 유전자까지 갖췄으니 춤을 못 추고 싶어도 못 출 수가 없다. 거기에 춤추기 딱 좋은 날씬한 몸매까지 뒷받침되니 춤꾼으로 타고났다고 할만하다. 세계비만연맹(World Obesity Federation) 보고서에 의하면 OECD 가입국가별 성인비만율은 미국 40%%, 멕시코 36%, 칠레 34%, 뉴질랜드 32%, 영국 27%, 스웨덴 14%, 이탈리아 10% 등이었고 우리나라는 5.9%로 32개국 중 31위로 일본(4%) 다음으로 낮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적게 먹어서 그럴까? 한국인은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해산물, 돼지고기, 소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많이 먹는데 살이 많이 안 찌는 것이다. 춤꾼으로 살라는 몸매 유전자에 흥 많고 신명도 많으니 살찔 겨를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빨리빨리 문화, 근면성실, 경쟁주의 등 한국인 특유의 기질로 에너지 쓸 곳도 많으니 언제 살이 찌겠는가?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는 타고난 춤꾼 유전자가 숨어 있다. 서양 춤 장르임에도 국립발레단 강수진단장이나 파리오페라발레단 첫 아시아인 수석무용수 박세은 발레리나는 표현력에서 극찬을 받는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선수시절 기술점수도 기술점수지만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예술점수에서 더 극찬을 받았다. 한국인이 가진 섬세한 몸짓 언어 유전자를 증명한 사람들이다. K팝의 아이돌 댄스에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타고난 춤꾼 유전자에 있다. K드라마, K영화가 신드롬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몸짓 언어를 잘하는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와 그 언어를 섬세한 몸짓으로 표현하는 배우가 명배우 아니겠는가? 이런 면에서 세계에서 제일 연기 잘하는 배우는 한국배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한 배우 윤여정 씨의 말이 와닿는다.


“한국에는 언제나 훌륭한 영화가 있었다. 단지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주목하는 것일 뿐.

배우 윤여정: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영화 미나리) 사진출처 : 허프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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