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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Oct 20. 2023

여기에 속하면 당신은 한국인

한국인의 종족 특성

“늬 내 누군지 아니?” 

“니 내 누군지 아나? 마~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어저께도 같이 밥도 묵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마~ 다 했쓰~ **들이 말야”


줄거리는 가물가물해도 아마 이 두 대사는 기억날듯하다. 영화 ‘범죄도시’의 윤계상(장첸역)이 던진 이 한마디와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침을 튀기며 능청을 떨던 장면은 여전히 명대사로 회자된다. 연기도 연기지만 한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기가 막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영화 평론가라 해도 아마 그 맛을 전부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무리 번역을 잘했더라도 그 대사의 뉘앙스와 그 상황에 대한 미묘한 감정까지 번역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한국인이 공감하는 저 두 장면 속에 들어 있는 정서가 바로 한국인의 존재 인정 욕구 기질이다. 

‘한국인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이 통제하는 것을 좋아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주어진 역할이나 원칙보다는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을 따르는 것을 선호하고 유달리 무시당하는 느낌에 예민하다’

심리학자 허태균 교수의 말이다. 존재 인정 욕구가 강한 한국인들은 아무리 얌전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존재감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으면 영화 속 대사처럼 바로 한마디가 튀어나온다. 

“야 인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러한 한국인의 기질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2019년 미국 포브스에는 흥미로운 연구결과 하나가 실렸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IQ가 높다(평균 IQ 106)는 연구결과였다. 북아일랜드 얼스터 대학의 리처드 인 박사와 핀란드 탐페레 대학의 타투 반하넨 박사 연구팀은 한국인들의 유난히 IQ가 높은 이유를 유전적, 문화적, 환경적 요인에서 찾았다. 이 연구결과는 유전뿐만 아니라 문화와 환경이 기질(문화 정체성)과 IQ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다. 연구팀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각각 입양된 뒤 수십 년 후 극적으로 상봉한 쌍둥이 자매 이야기다.


일란성쌍둥이 상희 씨와 상애 씨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쌍둥이 중 한 명인 상애 씨는 4살 때 남대문 시장에서 길을 잃었다. 그리고 실종 6개월 후 홀로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상애 씨는 2016년 한 시민단체를 통해 유전자를 등록했고, 2017년에 부모 유전자가 등록되면서 가족을 찾아 2020년 극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심리학부 낸시 시걸 교수와 허윤미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 특별한 일란성쌍둥이 사례를 공동 연구했다. 연구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44년간이나 떨어져 산 쌍둥이 자매는 자존감이나 성격, 성실성, 직업에 대한 만족도, 정신건강 수치에서는 거의 같은 사람처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19세에 난소에 문제가 생겨 수술한 병력도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에서 자란 상희 씨가 미국에서 자란 상애 씨보다 지각추리 속도 관련 지능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내면서 IQ가 16포인트나 높았다. 일란성쌍둥이의 경우 IQ차이가 아무리 커도 7포인트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 정설인데 두 사람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크게 차이가 난 것이다. 두 사람의 IQ는 언어능력, 기억력처럼 유전 영향을 받는 분야는 비슷했지만 지각 속도, 추론처럼 환경 영향이 더 큰 분야에서는 차이가 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문화적 환경 측면에서 한국에서 자란 상희 씨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강했고 미국에서 자란 상애 씨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했다. 


이 놀라운 결과는 국제학술지에(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등재되었다. 연구를 주도한 낸시 시걸 박사는 유전자가 미치는 전반적 영향은 똑같지만 일란성이라 하더라도 문화 환경의 영향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학자들은 한국인들은 서양인보다 지각 속도나 추론 점수가 높고 집단주의적 성향도 강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쌍둥이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국가와 문화, 환경이 주는 영향에 따라 기질이나 IQ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는 유전적으로 같은 피를 받은 민족이라도 살아가는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기질이나 특징은 달라진다는 말이다. 불과 1세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연변조선동포나 탈북 이주민들은 같은 말, 같은 언어를 쓰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이들에게 정서적 이질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통일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기질, 문화 정체성은 무엇인가? 

문화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늘 움직이고 변한다. 문화 정체성이란 살아오면서 쌓인 삶의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의 기질이나 문화 정체성에는 다양한 특성이 존재한다. 

한국인들은 감성적이고 역동적이며 열정적이라고 말한다. 흥이 올라 열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거대한 불꽃처럼 타오른다. 2002년 월드컵 때 수많은 붉은 악마들로 변했던 것처럼 신명이 나면 그 에너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한다. 하지만 개개인을 살펴보면 충돌통제력은 높으나 감정조절능력은 낮다. 이런 기질 때문에 화병이 생기고 참다못해 그게 쌓여 화가 폭발한다. 이유로 때론 거칠고 매너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집단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한국인은 뭉치기 시작하면 불꽃같지만 지나친 집단주의나 관계주의 때문에 지역감정이나 이념 갈등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사회적 갈등 상황이 닥치면 특유의 위기극복 유전자를 작동시켜 온 국민이 똘똘 뭉쳐 극복해 낸다. IMF시절 전 국민 금 모으기 운동과 서해안기름유출 자원봉사 행렬 가깝게는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크고 작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한국인의 기질이나 문화 정체성 안에는 다양한 특성과 양면성이 존재한다. 빨리빨리 문화도 있지만 느긋하게 견디는 은근과 끈기도 가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쪽 측면으로만 평가하거나 분석하기보다는 다양성의 눈으로, 틀림의 눈이 아니라 다름의 눈으로 보아야 한국인의 정체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가 본 한국인의 6가지 종족 특성

고려대 사회심리학 교수 허태균박사는 자신의 저서 ‘어쩌다 한국인’에서 한국인의 종족 특성을 관계주의, 주체성, 가족확장성, 심정중심주의, 복합유연성, 불확실성회피 6가지로 보았다. 첫째, 한국인의 행동은 집단주의보다는 관계주의의 원리를 따른다. 타인의 취향이나 선택에 따라 의견을 바꿀 준비가 돼 있는 관계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보인다. 집단과 조직 속에서의 공식적인 역할보다는 바로 자기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한국인의 관계지향적 성향을 보여주는 심리학 실험으로 ‘원숭이, 판다, 바나나 세 가지 중 2개를 묶는다면?이라는 질문을 했을 때 아시아인은 80%가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는 반면 서양인들은 80%가 원숭이와 판다를 묶는다고 한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으니까 같이 묶는 것은 연관적 사고라 하고, 원숭이와 판다를 같은 동물로 묶는 것은 분류적 사고라 한다.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연관하여 판단하는 관계주의를 중시한다. 한국인들이 어느 단어나 ‘우리’를 습관적으로 붙이는 이유도 이러한 관계지향성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 한국인은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인하고 확대하려는 경향이다. 한국인은 주체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절대로 남에게 무시받고는 못 산다. 한국인의 관계주의에서 나오는 주체성이다. 셋째, 가족확장성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모든 사회의 조직을 가족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국가도, 회사도, 학교도, 지역사회도 모두 가족과 같이, 무한 책임과 정의, 절대 신뢰 등의 원칙을 적용하려 한다. 넷째, 이러한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보다는 그 행동 뒤에 숨겨진 마음, 그 심정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좋다고 해도 100퍼센트 믿지 못하고, 싫다고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심정주의는 한국 사람들끼리의 끈끈한 무언가를 쉽게 만든다. 다섯째, 복합유연성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선택을 피하고 포기를 싫어하게 만든다. 모든 것은 서로 다 통하고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성향은, 오히려 하나를 얻는 대신에 그 이상을 잃어야 하는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게 만든다. 마지막 여섯째, 불확실성 회피 성향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경시하고 꺼리는 특성으로 한국인의 결과주의적인 태도와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것과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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