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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07. 2024

클린스만 감독, 축협 동시 레드카드!

반성으로는 안된다. 물갈이가 답이다.

‘레드카드’ 

어제 경기는 경기력 자체가 레드카드감이다. 축구를 잘 몰라도 어제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이에 동의할 것이다. 아시안컵 참가 선수 중에는 누가 봐도 세계 최고의 선수를 거느리고도 저런 경기를 펼치다니 지금까지도 화가 나 손이 떨리며 힘이 팍팍 들어간다. 키보드는 죄가 없는데.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선발 명단: 출처 축협

밤사이 그나마 기댔던 작은 희망마저 무너졌다. 

‘에이~ 축구 한 경기 졌다고 세상이 무너져’ 

축알못들이나 축구를 그저 운동 경기 하나쯤으로만 여긴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축구가 갖는 영향력은 단순한 운동 경기 이상이다. 축구는 자본주의 정점에 서 있는 스포츠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원시적인 운동 경기인 축구 속에는 인류 역사와 인간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축구에 열광해 왔다. 올림픽에 가입한 나라보다 월드컵에 가입한 나라가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축빠라 그런 말 하는 게 아니다. 이번 아시안컵 경기만 봐도 그렇다. 다행인지 ‘좀비축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간신히 올라간 4강 덕분에 어찌 되었던 세계인들은 ‘KOREA’라는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킨 결과를 얻었다. 이제 더 좋은 기회를 걷어차버려 물거품이 되었지만.

주장의 눈물과 한국축구의 위기, 사진출처 뉴시스

‘축구는 희망을 만드는 둥근 공이다.’ 

졸저 ‘축빠와 냄비팬의 희망 어시스트’라는 책에 썼던 말이다. 축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아픔을 잊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기도 하고, 가난과 절망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짓이 되기도 한다. 여기 축구가 힘없고 가난한 소외된 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어준 사례가 있다. 끝없는 전쟁과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아야 하는 삶 자체가 별 희망이 없던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축구공을 통해 희망을 주고 삶의 작은 희망을 주었던 인물, 바로 아프리카 축구의 영웅 ‘블랙 다이아몬드’ 조지웨아(George Tawlon Oppong Ousman Weah 1966년~)이다. 지금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아프리카 선수들은 대부분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금 이강인이 뛰고 있는 PSG에서도 뛰었으며, 1995년 세리에 A의 AC밀란 선수로 뛰며 FIFA 최우수선수상, 발롱도르상, 올해의 아프리카선수상을 싹쓸이했다.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을 가졌던 조지 웨아는 훗날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조국 라이베리아의 대통령까지 지낸 인물이 되었다. 그는 단순한 축구선수 한 명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희망이었다.


이렇게 구구절절 흘러간 축구영웅까지 소환시켜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워낙 사안이 중대하고 급박하니 어디서부터 치고 달려야 할지 몰라 잠시 빌드업했다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괜히 지나간 버스 벤투의 빌드업 축구가 생각난다. 점잖게 접근한 것으로 봐주시던가 아니면 소도 잡기 전에 잠시 평화의 시간을 가진다고 하니 그런 의미로 넘어가 주길 바란다.

한국 축구의 현실, 감독 한 명의 영향력이다. 축협은 어쩔 텐가? 사진출처 뉴시스

그의 무전술 전략에 대해서는 이제 말도 하기 싫다. 나는 문전술도 문제지만 그에게 감독직을 계속 맡기다가는 우리나라 국대 선수들의 선수생명을 끊는 일이 더 걱정이다. 그의 무전술 경기 운영 희생양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대선수까지 뽑혔을 정도면 우리나라 선수 중 최고를 뽑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마다 그날그날 컨디션이 다르니 후보선수까지 뽑는 것이다. 11명이지만 23명(이번 아시안컵 26명)으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이유다. 그중 당일 컨디션이 제일 좋은 선수나 감독의 전술에 맞는 선수로 그날그날 선발 명단을 구성한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아닌 것 같다. 당장 어제 경기만 봐도 그렇다.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박용우 선수는 어제 경기 초반부터 실수가 잦았다. 개인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인지 아니면 감독 전술에 안 맞아서 그런 지는 모르겠다. 하튼 눈에 띄게 실수가 잦았다. 오죽하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요르단 선수가 하는 말이 중앙 미들 선수들이 흔들리니 그곳을 집중 공략하라고 요르단 감독이 지시했다고 하지 않은가. 

김진수의 눈물:"난 말레이시아전 이후로 단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다. 많은 분들께서 오해를 많이 하시고 나한테 연락해서 아프냐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출처 연합뉴스

후반전이 시작되자 나는 전반전과 변함없는 선수 명단을 보고 경악했다. 결국 박용우 선수의 백패스 미스는 첫 실점이 되었다. 보는 눈은 같다. 내 눈에도 보이고, 상대방팀에게도 보이는 데 클린스만 감독 눈에만 안 보이는 게 참 이상하다. 이 치명적인 실수 하나만으로도 클린스만 감독은 그냥 레드카드감이다. 감독의 이런 판단미스 아니 고집으로 경기결과는 물론 선수생명까지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아직 창창한 이십 대 국대 선수들에게는 치명타다. 초반에 이기제 선수가 그랬고, 설영우, 조현우, 조규성이 그랬다. 어찌어찌 8강까지 오르며 몇몇은 다시 회복했으나 어제 경기에 또 큰 사고를 쳤다. 어제 경기로 또 박용우, 정승현, 조규성, 황인범 등 서너 명 선수가 또 욕받이 명단에 올랐다. 벌써 각종 포털과 SNS에는 여러 국대 선수들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이제 한 동안 몸살을 앓을 것이다. 국대 감독이 선수의 기를 살려주지는 못할 망정,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하고, 나락에 빠뜨려 버린 것이다. 선수기용이나 기타 등등 감독의 고유권한이라 치자. 그렇다면 이제 그 권한에 책임을 질 차례다. 여러 말할 것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냥 레드카드다.

한국 축구에 태클을 걸지 말길, 사진출처 뉴시스

사실 이런 사태가 오로지 감독만 탓할 일인가? 

지난번 글에서도 말했지만(아시아의 종이호랑이로 전락시킨 주범은? https://blog.naver.com/junbh1/223334658885 ) 그 감독을 선택한 축협도 레드카드다. 축구팬은 이제 분노할 힘도 없다. 축협은 빨리 사과하고 결단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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