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홈즈 Feb 16. 2024

이강인과 손흥민 그리고 클린스만과 정몽규

축협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에이 설마’

어제(14일) 오전 처음 뉴스를 보고 든 생각이다. 가짜 뉴스이길 바랐다. 하지만 뉴스들은 살을 붙여가며 사실일 가능성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SNS에서는 실시간으로 성난 축구팬들이 선수 개인에 대한 성토가 난무하고 있었다. 거기에 선수를 보호해야 할 축협은 없었다. 오히려 보도 출처가 축협 같다는 말들이 돌았다. 이강인 선수 인스타 계정은 온갖 비난과 욕설로 폭발 직전이었다. 그러자 이강인 선수는 직접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이 올라왔으니 본인이 인정한 셈이었다. 그날 분명 무슨 일은 있긴 있었다는 것이 이제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둘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안타깝고 속상하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축구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운동경기 그 이상이다. 2002년 축구 국가대표팀이 구가 브랜드를 얼마나 높여 주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IMF 시절 박찬호, 박세리가 우리 국민들에게 큰 힘을 주었듯이 지난 10여 년 축구의 손흥민 선수도 그런 존재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국민의 삶이 묶여 있을 때 쏘니의 축구는 그나마 숨통이었다. 그런 쏘니의 행복 축구에 더해 몇 년 전 또 한 명의 한국 축구선수가 나타났다. 바로 이강인 선수다. 스페인에서 성장한 그는 지난 2019년 있었던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팀의 결승 진출에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그 대회 골든볼 수상자이기도 하다. 당시 제일 어린 막내로 참가한 이강인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에 막내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때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기죽지 않고 밝게 뛰는 그의 모습이 참 좋았다.

’역시 스페인에서 자라서 다른 한국 선수들과 달리 매사에 자신감 있고 생각이 열려 있군’ 


그런데 이번 사태를 맞고 보니 마치 영화 제목처럼 되어 버렸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원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나는 조직관리 전문가다. 졸저지만 ‘부실 조직에서 명품 조직으로’라는 책도 출간했었다. 조직 전문가의 눈으로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니 자신감 넘치고 당차 보였던 이강인의 모든 행동들이 위계질서를 흩트리는 조직의 방해꾼의 행동처럼 생각되었다. 조직은 또 하나의 생명과도 같다. 조직 속의 개인은 개인이 아니다. 개인을 내세우는 조직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팀(조직) 스포츠인 축구도 마찬가지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처럼 팀에 우선하는 개인이 있을 수 없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조직문제로 보자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아주 심각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이런 심각한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이것이 더 큰 문제다. 클린스만 감독과 축협 이야기다. 감독은 선수들 간의 화합과 팀워크를 만들라고 있는 자리다. 방관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 세금 받아 가면서 클린스만은 도대체 무슨 일은 한 것인지 화가 난다. 또한 그런 감독을 절차도 무시하고 데려온 축협과 정몽규 회장에게도 화가 난다.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회장: 감독과 축협은 방관자가 아니라 당사자다.

나는 이번 사태를 선수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실수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선수 개인의 실수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 뉴스를 통해 전해 들은 그런 갈등은 사람 모인 곳(회사, 동아리 심지어 군대)이면 비일비재한 일이다. 물론 국가대표라는 신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것까지 부정하지 않는다. 이강인 선수의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강인 선수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깊이 반성하고 국가대표라는 위상에 맞는 행동과 가치관을 재정립하길 바란다. 이강인 선수는 아직 젊고 축구 선수로서 더 성장해야 할 청년이다. 부디 이번 사태가 선수 앞 길에 장애물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강인 선수 주변에 손흥민 선수 아버지처럼 누군가 ‘멘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운 생각 해 본다. 유상철 감독이 그리운 밤이다.  

고 유상철 감독과 이강인 선수: 좋은 멘토였는데...

누구의 잘못인가? 이번 사태는 선수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축협에 누적된 문제가 표출된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클린스만 감독과 축협, 정몽규 회장의 잘못이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 당시 클린스만 감독과 코칭스태프들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겨우 한 일은 자신의 SNS에 글한 줄 올린 것이라고 하는데 참 기가 찰 노릇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감독이 마치 방관자처럼 글 한 줄로 자신의 감정을 소비하고 만 것이다. 이게 감독인가? 축협은 더 가관이다. 최초 보도는 국내 언론이 아니었다. 아시안컵에 기자 파견도 하지 않았다는 영국의 언론이었다. 그런 외국 언론에 보도가 나갔다는 것은 누군가 제보했다는 말이다. 그 제보의 출처가 축협이라는 말들이 무성하다. 사건 보도 후 축협의 행보를 보면 사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승 진출 실패로 뭇매를 맞던 축협이 물타기용 시선 돌리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길어졌다. 각설하고 오늘 전력 강화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논의했다는데 논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일이라도 당장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사퇴) 해야 한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꼬리 자르기 하며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축협 정몽규 회장도 당장 사퇴해야 한다. 나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결승 진출 실패나 선수 간 갈등으로만 보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누적되어 있던 축협의 무능과 문제가 터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축협은 회장은 물론 내부도 개혁을 했으면 좋겠다. 축협은 한 기업 총수의 놀이터가 아니다. 축협은 오로지 선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단체여야 한다.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바보다 아니다. 가뜩이나 살아가기 퍽퍽한데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길 간곡하게 부탁한다. 

축협이 여기 축협은 아니지 않은가? 축협이 책임져야 한다.

뱀 발: 이런 사태 때문에 그동안 몇 편의 글을 쓴 것이다. 

참조 https://blog.naver.com/junbh1/223334658885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