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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24. 2024

24시간 깨어 있는 나라, 감당할 수 있겠니?

이것도 K 매력,     24시간 깨어있는 밤거리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 감당할 수 있겠니?”

2023년 한국관광공사의 '챌린지 코리아(Challenge Korea)' 캠페인 동영상 4편 중 '퓨처 편(Hello Future)'에 등장하는 카피다. ‘24시간 깨어 있는 나라’가 한국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선택된 것이다. 그렇다. 외국인들 눈으로 보면 한국인은 잠을 자지 않는 24시간 깨어 있는 사람들이다. 

챌린지코리아 영상: CHALLENGE KOREA: HELLO FUTURE

https://youtu.be/rIQT_y90rXs?si=X_MCbxQfHN4b8xry


24시간 깨어 있는 나라:건대 입구 먹자골목

‘에디슨은 인간에게서 밤을 빼앗아 갔다.’

1879년 10월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은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하여 전구를 만들어 냈다. 밤을 밝혀 잠자던 밤 시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밤은 낮에 활동하는 동물들이 잠을 자며 에너지를 비축하는 충전의 시간이다. 그러니 밤에 잠을 자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기 시작하였다. 밤을 밝혀 낮처럼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밤이 낮처럼 밝아지니 인간의 활동 시간은 혁명적으로 늘어났다. 밤에도 공장은 돌아가기 시작했으며, 잠잘 시간에도 활동하며 생산활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인간은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낮처럼 활동하는 유일한 동물이 된 것이다.


인간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족이다. 밤에 활동하며 노동에 지친 사람들은 새로운 밤놀이 문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리면 한산했던 거리는 밤놀이 문화가 다양해지며 황홀한 불빛들로 채워졌다. 이렇게 밤 시간이 밝혀지니 인간의 수면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100년 동안 인간의 수면 시간은 1시간 이상 단축되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밤 시간을 길고 진하게 쓰고 있다는 한국인은 아마 1시간이 아니라 2~3시간 이상 단축되었을 것이다. 이게 다 에디슨 때문이다.


“조용하고 다 좋은데 재미가 없어”

몇 년 전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다시 돌아온 선배의 소감이 강렬했다. 실제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대부분 나라의 저녁은 심심하다. 시내 중심가라도 저녁 9시만 되면 한산해진다. 낮에 활력 넘치던 그 거리 맞나 싶은 정도다. 몇 년 전 을씨년스러웠던 미얀마의 만달레이 밤거리가 떠오른다. 저녁 9시쯤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어 호텔 앞에 나갔더니 낮에 북적이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지 거리는 한산했다. 어두컴컴한 골목에서는 금방이라도 무엇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거리에는 낮에 졸고 있던 개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아무리 밤이라도 시내 중심지에 자리한 호텔이었기에 그렇게까지 한산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기대했던 낯선 나라의 불타는 밤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만달레이는 인구 180여만 명이나 되는 미얀마 제2의 도시다.


사실 이는 미얀마에서만 겪었던 일은 아니다. 그동안 내가 다녔던 대부분 나라의 밤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밤 9시만 넘어도 낮에 북적이던 거리는 한산해졌다. 그런 풍경을 만날 때마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휘황찬란해지는 한국의 밤거리와 비교되며 정신이 번뜩 해진다.

‘맞아! 나 지금 여행 중이지’ 

이제는 이런 낯섦을 나름 여행의 또 다른 맛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4시간 운영 중인 음식점


“언빌리버블(unbelievable)”

밤 12시 건대 입구 먹자골목에 나타난 한 해외 유튜버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생중계를 하고 있다. 믿기지 않을 만도 하다. 그녀의 나라 밤 12시는 잠잘 시간일 테니까. 이처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24시간 깨어 있는 밤거리 풍경에 무척 놀라워한다. 또한 밤에 여성들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한국의 치안에도 엄지 척을 세운다. 대부분 나라에서 여성 혼자 9시 넘어 밤거리에 나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밤 12시가 넘어도 오히려 낮보다 더 활기차게 북적거리는 홍대나 명동, 강남의 밤거리는 언빌리버블(unbelievable) 일 수밖에 없다.


‘파티의 도시’ 이런 서울의 밤 풍경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지낸 다니엘 튜터의 말이다. 그럴듯하다. 어디 서울뿐이랴. 한국의 모든 도시는 밤마다 파티의 도시로 변한다. 낮에 한산했던 거리는 저녁이 되면 휘황찬란한 네온 불이 켜지며 파티장으로 변신한다. 술집마다 젊은이들의 시끌벅적한 술 게임부터 넥타이를 삐뚜름하게 걸친 꼰대들의 ‘위하여’ 합창까지 도시는 취해 얼굴을 붉히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파티는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24시간 깨어 있는 K 밤 문화가 자랑스러운 문화인지 아니면 돈벌이에 미친 문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놀쇠족인 나는 그저 24시간 깨어 있는 이 나라가 좋을 뿐이다. 


한국의 밤 문화 중 압권은 노래방 문화 아닐까 한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노래방을 참 좋아한다. 한국인은 젊은이나 노인이나 한잔 하면 “노래방 콜?”을 외쳐댄다. 평상시 얌전하던 사람도 한 잔 들어가면 못 이기는 척 마이크를 잡는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른다. 국세통계포털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래방 수는 2022년 9월 기준 약 27,400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수가 폐업해서 줄어든 숫자라고 하는데, 2011년에는 약 35,400개나 되었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이 많은 노래방에서 밤낮으로 노래를 불러 대니 K 팝 가수들이 빌보드에 오르내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된다. 


오늘도 어제처럼 우리 동네 먹자골목이 휘황찬란한 불빛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반짝이는 네온 불빛들 사이로 이정재 씨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 감당할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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