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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22. 2024

손흥민의 포용과 이강인의 사과 그리고 한국인의 오지랖

오지랖도 K 매력

 ‘다행이다’

둘의 화해 소식을 들었을 때 떠오른 한 마디였다. 참 다행이다. 못난 어른들(축협) 때문에 또래 선수들끼리 있을 수 있었던 사소한 갈등이 온 나라를 넘어 전 세계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더니 결국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그리고 축구팬들까지 모두 상처투성이뿐인 세드 엔딩이다. 대부분 운동선수들이 말하듯 어떤 팀이든 선수들 간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한다. 이번 사태도 그러한 갈등 중 일부인데 온 나라, 전 세계에까지 까발려지고 이 지경까지 왔는지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한다. 축협은 이번에도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축협 정몽규 회장은 당장 사퇴하고 축협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과 함께 전원 사퇴하기를 바란다. 

한국인의 기질에 관심 많은 생각공작소 소장 아니랄까 봐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며 엉뚱하게 한국인의 오지랖 기질이 떠올랐다. 오지랖의 원래 뜻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겉옷의 앞자락인 오지랖이 넓으면 이리저리 물건에 닿고 스치게 되니 다른 것에 방해가 된다. 따라서 ‘오지랖이 넓다’란 의미는 어떤 일이든 나서서 간섭하고 참견하는 것을 꼬집어하는 말이다.


이러한 오지랖은 한국인의 대표 정서인 ‘정’과 종이 한 장 차이다. 정이 과하면 오지랖이 된다. 오지랖도 정처럼 대상에 대한 관심이고 관계에 대한 애정이다. 오지랖도 정과 같이 바로 역지사지 즉 ‘남 일 같지 않은 마음’에서 나온다. 그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마치 내 일과 같은 마음이니 그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인 것이다. 그 마음이 오지랖이다. 정이 넘쳐 생기는 일인데 조금 과한 것뿐이다. 물론 오지랖이 천성인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런 사람은 번외로 하자.

손흥민 이강인의 화해: 참 다행이다.

이번 이강인 손흥민 사태에서도 한국인의 오지랖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처음 이 사태가 알려지자 많은 팬들은 집단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이강인에 대한 비난은 폭풍처럼 몰아쳤다. 캡틴 손흥민에 빙의된 수많은 팬은 이강인 SNS에 찾아가 비난 댓글로 도배를 했다. 손흥민의 마음이 남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강인 팬들은 또 이강인 입장에서 그의 마음으로 ‘탁구를 칠 수도 있지, 손흥민이 먼저 사과를 해야 한다’ 적극적인 변호를 했다. 다 정과 버무려진 오지랖 기질이 작용한 탓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오지랖을 볼 수 있었던 사례가 있었다. 바로 2021년 있었던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건이었다.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과 한한령 중인 중국 자본이 투자되었다는 정황이 밝혀지며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결국 방영 2회 만에 조기에 종영되었다. 사실 TV 드라마는 싫으면 보지 않으면 그만인데 ‘오지랖 기질’이 작동하니 적극적인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다. 시청률로 평가받는 드라마 시장에서는 안 보는 것이 곧 의사 표현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오지랖 기질이 작동하여 댓글, 항의 전화, 메시지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개입한 것이다.


한국인은 만나자마자 ‘호구조사’하는 습성이 있다. 일종의 오지랖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서양문화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한국인의 호구조사 오지랖은 고쳐야 할 잘못된 습관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오지랖 문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물론 뭐든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니 지나친 호구조사와 같은 오지랖은 지양해야 한다. 


오지랖 기질은 문제해결이나 조직 내 갈등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도 끼친다.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오지라퍼들 때문에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어느 모임에나 한 명씩 있는 오지라퍼들 때문에 그 모임에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해 주며 싸움이 일어나면 적극적인 중재자가 되기도 한다. 지나친 오지랖이 조금 불편하게도 하지만 때로 인간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것이다.  또한 ‘조선구마사’ 조기 종영 사태에서 보듯 한국인의 오지랖 때문에 국내 드라마 제작자들은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의 드라마를 제작하게 했으며 드라마 수준을 높여주어 지금의 ‘K-드라마’ 전성시대에 한몫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이번 사태도 축협이 할 일을 오지랖 넓은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쯤 되면 한국인의 대표 정서를 ‘정’에서 ‘오지랖’으로 바꿔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한 오지랖인가?

이 장면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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