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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28. 2024

'K-라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다.

뭘 이런 것까지 다 K-국민 간식 라면의 반전 

2023년, 수출 1조를 넘긴 K-푸드가 김 말고 또 있다. 바로 라면이다. 그저 국민 간식거리로만 알았던 라면의 반전이다.


‘라면의 탄생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허기를 달래 준, 식량사의 전환으로 꼽힌다. 라면의 제조기술은 모두 일본에서 배운 것이지만 한국 라면은 1인분의 양이 일본 라면의 1.5배가 넘고 칼로리가 높아서 한 끼의 식사가 될 수 있도록 보강되었다’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중- 

한국인의 국민 간식 라면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9억 5240만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라면 수출은 2015년 이후 9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이는 국내 공장 생산 수출액이고 외국 현지 공장 생산분까지 감안하면 수출액은 이보다 두 배 가까울 것이라고 하니 그저 입이 떡 벌어진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그동안 중국이 1위였으나 최근에는 미국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 비슷한 수준이고, 그 뒤를 이어 일본,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세계 140여 개 이상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시절 배고픔을 때우기 위한 간식거리로만 알았던 라면의 놀라운 활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도 생소해진 ‘팔도 도시락 컵라면’이 러시아에서 ‘국민 라면’으로 대접받은 지는 오래된 일이다. 여전히 러시아에서 연간 3억 개 이상 팔리고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이 사각형의 도시락 컵라면이 러시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러시아 선원들을 통해서였다. “사각형으로 넓적한 도시락 컵라면이 기차 안에서 먹어도 안전하다"라는 러시아 선원의 말을 들은 팔도 관계자의 아이디어로 본격적인 수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1991년 러시아에 진출한 이후 무려 50억 개 이상이 팔렸는데, 지난 10여 년간 러시아 용기 라면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이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이다. 러시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닭 육수 베이스의 하얀 국물로 덜 맵고 부드러운 ‘치킨 맛’을 개발했고, 현재는 버섯, 해물 등 8개 맛의 도시락에다 도시락 파스타까지 판매하고 있다. 마요네즈를 수프에 풀어먹는 현지인들의 식습관에 착안해 마요네즈 소스를 넣은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젓가락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인들을 위해 용기 안에 미니 포크를 넣은 것도 팔도의 현지화 노력의 결과다. 하여튼 K-라면 대단하다. 

러시아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K-라면: 팔도 도시락 라면
러시아식 도시락 라면: 마요네즈를 수프에 풀어 먹는 러시아식으로 현지화함.

K-라면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화, 음악 등 K-콘텐츠의 인기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BTS 멤버 뷔가 시도 때도 없이 ‘라면 콜’을 외치던 장면이 떠오른다. 특히 ‘불짜장(불닭볶음면+짜짜로니)’를 폭풍처럼 흡입하는데 이 방송을 본 ‘아미’들이 그저 보고만 끝냈을 리가 만무하다. 불닭볶음면은 실제로 삼양식품의 수출 주종목이 된 지 오래다. ‘불닭볶음면’은 여전히 글로벌 유튜버의 ‘매운맛 챌린지’ 먹방의 단골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몇 년 전 미얀마 양곤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한글로 ‘라연’이라는 상표가 붙어있던 K-라면 짝퉁이 떠오른다. 

‘세상에 컵라면 짝퉁이라니, K-라면의 인기가 정말 저 정도라고?’ 

미얀마의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K-라면 짝퉁: '라연'이라는 한글이 선명하다.(2019년, 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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