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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29. 2024

고전하지 않고 읽은 고전, 3분 고전(古典)

고전(古典),    내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

3분 고전: 저자 박재희, 출판 작은 씨앗, 발매 2010년

1. 간단 소감

이 책은 석천 박재희 교수가 KBS 제1라디오에서 3분짜리 '라디오 시사고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방송했던 500회가 넘는 3분짜리 원고들을 정리하여 120여 개의 좋은 글을 선정하여 엮어낸 책이다. 고전을 읽으면 오래되고 낡은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그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들여다보면 새로운 울림을 받을 수 있다. 10여 년 전 처음 읽고 너무 좋아 늘 가까이 두고 있는 책이다. 다시 잡았지만 다시 읽어도 새롭게 느껴지며 마치 맑은 소리가 들리는 숲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참 좋은 책이다.


2. 다 맘에 들어 좋았는데 그중에 몇 개를 소개해 본다.

P36~37.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풍연심(風憐心)-장자

장자 추수 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전설의 동물 중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라는 동물이 있었는데 이 ‘기’라는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지네를 몹시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지네는 오히려 발 없는 뱀을 부러워하였고,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였고,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를 가는 눈을 부러워하였습니다. 눈은 마음을 부러워하였고 마음은 기를 부러워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모른 채 말입니다. 

→세상에 힘든 것이 부러움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누가 그랬나요? '부러우면 지는 거야' 정말 가슴에 와닿는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나입니다'


P46~47. '뒤로 가는 것이 앞으로 가는 것이다' 천장지구(天長地久)-도덕경

80년대 홍콩 르와르 영화가 붐을 이룰 때 열광했던 영화 중에 유덕화와 오천련 주연의 '천장지구'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천장지구'란 말은 원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하늘과 땅은 장구하다. 하늘과 땅이 저토록 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억지로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인데 이 해석만 보면 영화의 내용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랑도 역시 억지로 가지려 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면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요. 진정한 리더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내가 남보다 낫고 그들을 다스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억지로 지도하려 할 때 오히려 그 자리를 보존하지 못하게 된다는 역설적인 철학입니다. 억지로 간섭하지 않기에 오히려 장구할 수 있고, 군림하지 않기에 위에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섬김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입니다. 군림하고 강압하고 강제하는 것보다 모시고 받드는 섬김의 리더십이 결국 장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노자의 '천장지구'입니다. '섬기는 사람이 오래 삽니다'


p72~73.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 지성무식(至誠無息)-중용

현대사회에서 기업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단연 정성을 다한다는 뜻의 '성(誠)'일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비약적 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근본 힘도 바로 선배님들의 성실함이 가장 큰 힘의 근원이었습니다. 이런 정성과 성실의 뜻을 가진 '성(誠)'에 대하여 가장 많이 정의를 하고 있는 책이 중용(中庸)입니다. 첫째, 성실함은 자신의 완성을 통하여 남을 완성시켜 줍니다. 둘째, 성실함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셋째, 최고의 성실함은 무식한 것입니다. 이때 무식은 알지 못하는 무식(無識)이 아니라 쉬지 않는다는 무식(無息)입니다. 이렇게 성실함의 극치는 쉬지 않는 것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 마치 지금 내가 정화수 100일 글짓기를 쉬지 않고 달려가는 것과 같은 뜻일 것입니다. 지성감천(至誠感天), 지성무식(至誠無息)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감동시키고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 것이다.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하늘은 쉬지 않는 무식(無息) 함에 감동합니다.'


p82~83 '영웅은 울 때를 안다' 영웅선읍(英雄善泣)-열하일기

‘남자는 쉽게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 자란 우리들은 목 놓아 울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특히 남자는 태어나 3번만 울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금기에 세뇌당하여 남들에게 눈물을 보이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는 '호곡장(好哭場)'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연암이 광활한 만주 벌판을 처음 접하고 “참으로 울기 좋은 장소로다!" 하고 외쳤던 표현입니다. 연암은 진정한 영웅은 모두 잘 우는 사람이라며 리더의 눈물을 긍정합니다. 차가운 이성과 냉철한 이성으로 사는 것도 멋있어 보이지만 눈물이 없다면 큰 사람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눈물은 남자들의 금기가 아니라 영웅들이 갖춰야 할 당연한 감정입니다.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우십시오!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의 모습입니다.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모든 감정의 으뜸은 울음입니다'


p92~93. '실크로드 가는 술 익는 마을' 주천(酒泉)-한서

손자병법에서는 병사들의 사기가 일정하지 않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기가 바뀌는 것이 병사들이란 말입니다. 훌륭한 장수는 병사들이 사시가 떨어졌을 때 야단치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물질로 보상하고, 칭찬으로 격려하고, 적개심으로 무장하여 그들의 기운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한나라 무제 때 곽거병이란 장군은 서역을 정벌하러 나갔을 때 술 한 병으로 병사들의 꺾였던 사기를 끌어올립니다. 지치고 힘들어하는 병사들을 오아시스에 모이게 한 후 한무제가 보내온 술 한 병을 병사들 보는 앞에서 오아시스에 타며 이렇게 외칩니다. 

“이 물은 더 이상 물이 아니라 황제께서 우리에게 내려준 술이다. 우리 이 술을 함께 마시고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자”

비록 술 한 병을 섞은 물이지만 단순한 물이 아니라 황제가 하사한 술이 되었습니다. 자신 혼자 마시는 것을 포기하고 병사들과 함께 하려는 장군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는 술이었습니다.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전의를 불태웠고, 결국 서역 정벌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이 오아시스를 '주천(酒泉)'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지금은 서역 실크로드로 들어가는 인구 20만의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 마음을 위로해 줄 리더의 따뜻함이 그리운 시절입니다. 

'난세에 술보다 맛있는 것은 따뜻한 나눔입니다'


p106~107. ‘불혹의 나이 40대' 부동심(不動心)-맹자

공자는 나이 40대를 불혹이라 정의하였는데 맹자는 40대를 부동심의 나이라고 정의합니다. 40대에는 어떤 유혹과 타협하지 않고 중심을 가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밥 한 끼를 못 먹고 굶주리고 있을 때 욕하고 밥그릇을 걷어차며 밥을 주면 비록 굶더라도 그 밥을 먹지 않는 부동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유혹에는 부동심을 발휘하면서 누군가 천금을 주고 큰 권세를 줄 것이니 무릎을 꿇고 복종하라 하면 금방 허리를 숙이는 동심(動心)이 된다며 시대를 통탄했습니다.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먹고살기 바쁘고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핑계가 부끄러워집니다. 불혹과 부동심은 어디 가고 유혹과 동심이 판치는 세상입니다. 내 나이 어언 50대 중반 공자의 불혹(不惑)과 맹자의 부동심(不動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부동심(不動心)의 나이가 아니라 부동산(不動産)의 나이로 변질될까 두렵습니다.'


p118~119 '술집에 손님이 없는 이유' 맹구지환(猛狗之患)-한비자

송나라 사람 중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술도 넉넉하게 주고 손님에게도 정말 친절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손님이 줄더니 결국 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동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어른에게 물어보자 그 어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너희 집 개가 사나워서 그런 것이다"

사나운 개가 손님이 오면 짖어대고 심지어 물어뜯으며 위협하는데 누가 그 집에 술을 사러 가겠는가? 

→세상살이하면서도 주위에 이런 사나운 개가 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 중 사나운 개가 한 마리 있다면 훌륭하고 좋은 사람들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사나운 개 한 마리를 주변에 둠으로써 좋은 사람들이 떠나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납게 짖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 봅니다.'


p130~131. '새로운 토끼를 잡으려면 새로운 먹이를 준비하라!' 수주대토(守株待兎)-한비자

이미 지나간 시절을 운운하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과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과거 화려한 명성을 얻었던 사람과 조직에게서 이런 사람들 자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런 한 물 지나간 방법으로 우를 범하는 것을 한비자에서는 '수주대토(守株待兎)'라고 합니다. 뜻이야 다 아시겠지만 그루터기에 지키고 앉아서 토끼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어리석음을 비웃는 이야기입니다. 이 수주대토의 이야기는 개혁과 혁신만이 조직의 생존을 보장해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지나간 시절에 연연하여 평온에 안주하려 한다면 조직과 개인의 생존은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토끼를 잡으려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앉아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p222~223. '이길 계산 5가지 법칙'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손자병법

손자병법에는 전쟁에서 승산을 점치는 5가지 항목이 있다고 합니다. 그 5가지 항목이 이름하여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입니다. 첫째, 도(道)는 목표와 비전 공유입니다. 둘째, 천(天)은 외부환경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는가를 보아야 합니다. 그 유명한 제갈공명이 남동풍의 변화를 읽어낸 능력이 바로 천(天)입니다. 셋째, 지(地)는 지형조건에 대한 분석인데 이는 내부 역량을 말합니다. 넷째, 장수 장(將)입니다. 현장 책임자의 인사에 대한 분석입니다. 다섯째, 법(法)입니다. 조직과 편성, 임무와 역할, 자금의 공급과 관리, 인정주의에 말리지 않는 군법을 정확하게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꿈과 비전이 하나 되어 있는가? 다가오는 환경 변화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가? 내 처지와 역량을 정확히 분석하여 장단점을 구분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가?  임무에 적합한 사람을 뽑아 현장에 투입하여 모든 권한을 제대로 위임하고 있는가? 조직의 시스템과 원칙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세상을 따져보는 손자병법의 분석법입니다.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꿈, 환경, 처지, 지도자, 시스템 지금 우리에게 딱 필요한 처세술 아닐까요? '같은 꿈을 꾸면 반드시 승리합니다.'


p252~253. '임금의 명령도 거부할 수 있다.' 군령유소불수(君令有所不受)-사기

조직이 무너지고 군대가 전쟁에서 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후방의 지나친 간섭 때문입니다.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후방에서 이리저리 간섭하다 보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본사의 관리자들이 현장 상황도 모르면서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면 조직의 미래는 뻔합니다. 그래서 현장 관리자는 현장을 정확히 분석하여 아니라고 생각되면 소신껏 '노(NO)'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군령유소불수(君令有所不受)-군주의 명령도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있다.

→현실에서는 참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설설 기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소신과 결정을 중요시하며 당당하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나 자신 또한 당당하게 '노'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인지 되돌아봅니다.

'당당히 '노'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장군감입니다.' 


3. 모처럼 감미로운 독서, 그리고 짧은 감상

모든 것이 빠른 것을 선호하고, 최신 정보만이 우선시되는 초고속 시대 속에 살고 있는 요즘, 고전 속의 주옥같은 삶의 지침들이 마음의 단비처럼 내려와 앉았습니다.


자칫 지루하고 딱딱 해지기 쉬운 고전들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우리에게 선물한 저자의 탁월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방송 원고용으로 쓰인 글이라 그런지 짤막짤막하게 이루어진 구성도 호흡이 답답하지 않아 좋았고, 예시를 통해 현대와 과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설명하는 방식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모처럼 다시 좋은 책으로 마음이 평화롭고 넉넉해지는 시간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상 옆에 두고두고 되씹으며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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