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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03. 2024

K-길거리 음식의 변신, K-호떡과 K-핫도그

독보적 혼종 문화 창조자,     K족의 기질을 녹여낸 먹거리

‘호떡집에 불났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 상인들과 함께 들어온 호떡집이 쏼라쏼라 시끌벅적하니 마치 불난 집처럼 정신없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K-호떡집에 불난 시대가 되었다. 

‘호떡, 핫도그, 냉동 간식 제품 등 15건, 일본 내 주요 유통 업체와 250만 달러 규모의 업무협약(MOU) 체결’ -농림축산식품부 2023년 자료 중

시장 한구석에서 잔돈 주고 사 먹던 군것질거리 음식이 K-푸드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K-길거리 음식의 놀라운 변신이다.  


나는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외국여행을 가도 그 나라 재래시장은 내 여행의 필수 코스다. 그 나라 재래시장 좌판에 올라온 다양한 먹거리, 의류, 공산품 등을 구경하다 보면 이곳이 이국 땅이고 내가 여행자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시장 좌판 위에 펼쳐진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알아가는 재미야 말할 필요도 없다. 밖에서 새는 바가지 안에서도 샌다. 그러니 장돌뱅이처럼 한 달에 한두 번은 재래시장을 찾게 된다. 내가 주로 다니는 장은 동네에서 가까운 모란 시장이고, 큰맘 먹으면 남대문시장이나 경동시장, 최근 바가지요금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광장시장도 가끔 찾는다. 장에 갈 때마다 길게 줄을 선집을 보게 되는데 그 집은 대게 호떡집이다. 모란 시장 호떡집과 남대문시장 입구 호떡집이다. 특히 남대문 시장 호떡집은 갈 때마다 불난 집처럼 길게 늘어선 외국인 행렬에 맛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정작 나는 한 번인가 먹어 본 것 같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K-길거리 음식 인기 순위에 호떡을 꼭 꼽는다. 하긴 외국인이라도 기름에 튀겨 낸 달달한 맛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또한 많은 나라에 호떡과 비슷한 음식이 있어서 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K-호떡에 반하는 이유는 그 맛의 다양함에 있다. K-호떡은 안에 넣는 속 재료에 따라 단팥, 씨앗, 크림, 야채 등 다양한 맛이 있다. K-푸드의 특징이다. 김치도 담는 방법이나 넣는 재료에 따라 집집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듯 호떡도 마찬가지다. 이는 레시피에 따라 맛이 거의 표준화된 다른 나라 음식과 큰 차이점이다. 독보적 혼종 문화 창조자의 기질을 가진 K족의 특징이기도 하다. 호떡은 원래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인들과 함께 들어온 음식이라 한다. K족들은 무엇이든 이 땅에 들어오면 우리 것과 섞어 새로운 혼종을 만들어 낸다. 짜장면이 그렇듯 호떡도 이 땅에 들어와 K족화 된 것이다. 이렇게 밖에서 들어와 새롭게 탄생한 길거리 음식 호떡이 이제는 K를 달고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호떡처럼 원래 다른 나라에서 들어왔지만 한국식으로 변신해 오히려 원조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길거리 음식이 또 있다. 바로 K-핫도그다. 핫도그의 본고장 미국에서의 K-핫도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에서는 그들의 핫도그와 확연하게 다른 한국식 핫도그를 코리안 콘도그(Korean Corndog)라 부른다. 원래 미국식 핫도그는 길쭉한 빵을 갈라 그 안에 소시지와 소스를 뿌려 먹는 것인데 한국식 핫도그는 나무젓가락에 치즈나 소시지를 꽂아 밀가루 반죽을 두른 후 빵가루나 감자 등을 입혀 튀겨낸다. 특히 미국인들은 튀긴 핫도그에 설탕을 뿌린 것에 놀라워하며, 여기에 울퉁불퉁 감자 박힌 핫도그를 보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연신 엄지 척을 세운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전히 그게 감탄할 일인가 싶긴 하다.  


미국 중심지 뉴욕 번화가에 진출한 K-핫도그 프랜차이즈 업체 가게 앞에는 항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얼마 전 방영했던 ‘서진이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멕시코 현지 사람들에게 최고 인기 음식 중 하나는 한국식 핫도그였다. 이제 K-핫도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한 수출업체는 떡볶이, 핫도그, 김밥, 김말이, 붕어빵, 호떡 등 6가지 길거리 음식을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전략 품목으로 정했다고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냉동식품’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냉동식품 수출 효자 품목은 만두, 핫도그, 피자 순이었다고 한다. 그중 성장세로 보면 핫도그가 전년 대비 3배로 늘었다고 하니 K-핫도그의 활약이 그저 놀랍다. 


정말이지 K-길거리 음식의 반전이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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