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세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다.
'우리가 자랑하고 싶은 것과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의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1위는 ‘한류 문화 콘텐츠’ 일 줄 알았으나 그들은 ‘뷰티, 패션’을 꼽았다. 서울경제진흥원(SBA) 발표 자료에 의하면 작년 말 있었던 글로벌 인플루언서 박람회 ‘2023 서울콘’에 참여한(58개국 3161팀 참가) 해외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서울에 대한 이미지 설문조사 결과 연상되는 이미지 1위는 ‘뷰티, 패션’이었다. 국내 인플루언서들은 '축제, 오락 등 다양한 즐길 거리(48.8%)', ‘한류 문화 콘텐츠(48.2%)', ‘편의 시설(31.5%)’을 꼽는 것과 비교해 차이가 많은 결과다. 또한 소개하고 싶은 서울의 관심 지역에 대한 조사에서도 ‘젊은 세대에게 인기 많은 성수, 홍대’와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등은 국내외 인플루언서들은 공통적으로 꼽았으나 해외 인플루언서들은 추가로 ‘뷰티, 쇼핑을 즐기기 좋은 곳(12.8%)’을 꼽았다는 점이다.
K-뷰티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K-뷰티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K-뷰티 수출액은 84억 9981만 달러(한화 약 11조 3천억)로 2022년(79억 5290만 달러) 대비 6.87% 늘었다고 한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주로 중국 수출에 의존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뷰티 분야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아기의 솜털 같은 머리카락도 정말 꼼꼼하게 손질합니다. 그런 면이 한국의 손기술을 신기해하고 배우고 싶어 하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헤어디자이너 차홍의 말이다. 이제는 미의 기준도 K-뷰티다. 일반적으로 K-뷰티라 함은 화장품, 화장술, 제조 기술까지 포함하며 메이크업뿐 아니라 네일아트, 헤어 등 미용 관련 전분야를 망라한다.
사실 우리나라 화장품의 역사는 길지 않다. 신식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모던 걸의 화장법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는지 알 수 있는 1931년 6월 7일 자 동아일보 기사다.
‘최근에는 선지피 칠한 것가티 새빩안 입슐을 맨드러가지고 다니는 분이 퍽 만하젓습니다. 아무리 화장을 깨긋이 조출하게 하얏드라도 입슐이 그 모양이면 야만인을 연상하게 되어 보기에 불쾌합니다’
(출처: 우리도 몰랐던 우리문화/이소희-립스틱의 역사)
요즘 같으면 페미니스트들에게 난타당했을 글이지만 당시 사회상을 엿보는 재미있는 기사다. 지금 같으면 관심 밖인 화장법이 신문에 실렸다는 것도 놀랍다.
우리나라 화장품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K-드라마, K-팝 스타들의 화장법에 호감을 가진 팬들에 의해서다. 유튜브에 다양한 화장법과 제품 리뷰를 올린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K-팝 스타들의 스타일시한 화장법 등을 소개하면서 해외 구독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실제 K-팝 스타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5인조 걸그룹 르세라핌의 일본인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는 유튜브에 K-메이크업 영상을 올리며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소개했는데 올리자마자 조회 수가 1백만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K-뷰티가 인기인 이유 중 하나로 화장품의 우수한 품질을 꼽는다. K-화장품은 자연 추출 성분들로 제조해 자극적이지 않고 피부흡수가 빨라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달팽이 점액, 해조류 등을 활용한 색다른 제품들은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간다. 또한 유럽이나 미국 등지의 화장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업체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화장품 회사들은 사계절 변화에 따라 계절마다 그 시기에 맞는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소비 연령대에 맞는 색채 광고를 내걸면서 시각적인 마케팅에 집중한다. 이러한 노력의 바탕에는 어떤 제품이든 디테일하게 관찰하고 적극적으로 사용 후기를 올리는 까다로운 K-고객들의 존재는 강력한 추동력이다.
또 하나의 인기 이유는 화장술과 화장법에 있다. 유튜브에서 미국식 화장법과 한국식 화장법을 비교하는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눈썹 화장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다. 미국 화장법은 눈썹에 각이 있어 부자연스러웠는데 한국화장법은 눈썹이 물 흐르듯 곡선으로 자연스러웠다. K-뷰티 속에도 곡선을 선호하는 K-문화가 화장법에도 숨어 있었던 것이다. ‘헤어질 결심’의 배우 탕웨이의 초기 화장법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씨 메이크업을 받은 최근 화장법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과연 예술가 K족 다운 예술적 화장술이다.
이러한 화장술에는 한국인의 탁월한 손기술도 한몫했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말에 의하면 손기술이라는 것의 기본은 감각과 눈대중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내가 바라보는 관점의 감각과 눈대중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손기술은 실제로 형상화될 수 없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감각 판단에(눈대중) 믿고 손기술을 실행하는데 탁월하다. 이러한 손기술이 화장술, K-네일아트, K-헤어 등에 접목되어 예술적 K-화장술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