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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17. 2024

맨땅에 조상을 팔아 시작한 K-조선

K-조선 바다를 점령하다.

‘우리 조상은 이미 16세기에 철갑선을 만들었다. 당신들 영국보다 무려 300년이나 빠르다.’ 

지갑 속에서 500원 지폐를 꺼낸 정주영 회장은 거북선을 보여주며 당당하게 말했다. 1971년, 외자유치를 위해 영국으로 건너간 정주영 회장의 일화는 여전히 전설로 내려온다. 당시 정 회장은 울산에 조선소 부지를 확정했지만 지을 돈이 없었다. 조선소도 없이 배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다. 워낙 영화 같은 일이라 어느 정도 MSG가 가미되겠구나 생각하지만 여하튼 차관 확보에 성공해 그 돈으로 지금의 K 조선을 일구었으니 안 믿을 이유도 없다. 

구권: 오백 원 지폐

영국의 조선, 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빅 3’ 실적은 한국조선해양이 197척 239억 5000만 달러(32조 5천억), 대우조선해양(한화 오션) 104억 달러(13조 9천억), 삼성중공업 94억 달러(12조 5천억)를 수주했고, 특히 대우조선해양(한화 오션)은 38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해 단일 조선사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또한 2023년 실적도 한국 조선사들은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에서 경쟁국 중국을 제치고 독보적인 세계 1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K-조선 바다를 점령하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K-조선이 다시 날갯짓을 하고 있다. 국내 조선 빅 3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 오션, 삼성중공업 3사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수주 목표를 달성했다. 이들 조선 3사의 2024년도 수주 실적도 순조롭다. 업계 발표에 의하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에만 총 64척(77억 9000만 달러-한화 약 10조 3천억)을 수주해 이미 연간 목표의 57.7%를 달성했다고 하며, 삼성중공업도 연초 카타르에서 대형 LNG선 15척 수주(35억 달러-한화 약 4조 5천억)를 포함하여 이미 연간 목표의 38%를 달성했다고 한다. 아직 연간 목표를 공개하지 않은 한화 오션도 연초 중동지역에서 LNG 운반선 12척에 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고,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액화프로판가스(LPG), 암모니아 운반선 2척(3312억), 원유 운반선 2척(3420억) 등을 수주했다고 하니 올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부분 조선사들은 이미 연간 목표를 넘어 3년 치 이상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하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K-조선이 비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이 조선업 후발주자에서 최고로 올라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기술력이다. 조선업은 기술경쟁 산업이다. 단순히 배를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그 배에 장착할 창의적인 기술이 수주 경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산업이다. K-조선 업체들이 기존 드라이도크 선박 건조 관행을 깨고 육상건조, 해상 건조, 수중 건조 등 창의적인 새로운 건조공법을 개발해 냈다는 것은 이미 전설이 되었다. K족 특유의 빨리빨리 기질이 속도전을 위한 방법을 찾아냈고, 특유의 경쟁 유전자가 작동하니 중국, 일본 등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K-조선에도 K-문화 유전자의 힘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K-조선 업체들은 여전히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탄소 배출량과 관련한 친환경 선박 규제가 강화되면서 단순한 가격경쟁을 넘어 최신 기술을 탑재한 LNG 운반선 및 친환경 선박에서 경쟁국 중국, 일본을 따돌리고 앞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2023년 최신 한국형 화물창 기술(KC-2)을 적용한 전기추진 하이브리드형 LNG(액화천연가스) 벙커링 전용 선박인 ‘블루 웨일호’(Blue Whale)를 띄운 것은 좋은 사례이다. 


2023년 6월 기준 전 세계 운항 중인 LNG선 700척 중 480척이 대한민국이 건조한 배이며 현재 300척의 수주 잔고 중 240척이 K-조선 업체의 수주 물량이라고 한다. 이 수주량은 향후 LNG 건조 일감의 5년 치 물량이라고 하니 과연 K-조선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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