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건설 붐의 신화는 계속된다.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은 두바이(UAE)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다. 이 빌딩은 지상 163층, 높이 828미터로 인간이 만든 피조물 중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21세기 바벨탑’이라 부르는 이 건물은 현존하는 최고 건축기술을 총망라해지었다고 하니 인류 건축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어마어마한 건축물은 불과 5년 만에 지었다고 한다. 10년의 반도 안 되는 기간에 지구의 하늘 선을 바꾸었으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무색해진다. 시공사는 빠르게 지으면서도 안전하고 완벽한 건물을 짓기 위해 그동안 없었던 ‘층당 3일 공법’이라는 고속 시공법을 개발해 적용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시공 능력이다. 이 대단한 건설사가 바로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 ‘메르데카 118(지상 118층, 679m)’ 공사를 완료했다고 한다.
어려웠던 시절 중동 건설 붐은 가난을 이겨낼 하나의 돌파구였다. 가난했던 수많은 가장들이 가족을 위해 중동 건설 현장으로 날아갔다. 70년대 이러한 중동 건설 붐을 이끈 주역은 정주영 회장의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는 계약 총액이 당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중동 건설 붐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K-건설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며 세계를 짓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축적된 K-건설의 기술력을 인정하며 대형 프로젝트에 K-건설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업비가 무려 1조 달러(1200조)라는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사업 등 어마어마한 초대형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K-건설사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K-건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는 제2의 중동 건설 붐이라 부를 만큼 늘어나는 추세다. 중동지역에 불고 있는 스마트시티 건설 붐을 이끌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건설사들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해외 건설 수주액은 46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K-조상들은 최고 건축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건축물 황룡사 9층 목탑이다. 고려 시대 몽골 침입으로 불타 없어져 지금은 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지만 죽기 전에 복원물이라도 꼭 눈으로 보고 싶은 문화유산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완공된 이 탑은 높이가 무려 80여 미터로 아파트 30층 높이에 해당하는 목조 건축물이었다. 1,300여 년 전 이런 어마어마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던 조상들의 건축기술이 참으로 놀랍다. 비록 실체는 볼 수 없지만 이런 조상들의 자랑스러운 건축기술은 우리 유전자 속에 남아 면면히 이어져 왔다. 오늘날 K-건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우연이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