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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24. 2024

K팝 왜 떴을까?

듣는 음악에서     보고, 듣고, 따라 하는 종합예술로

이제 K 팝의 세계적 인기에 대해 놀라워하는 뉴스는 진부한 얘깃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 K 팝은 그리 대우를 받지 못했다. 팝의 주류시장에서는 K 팝 가수들을 ‘팩토리 아이돌(factory idol)’이라 부르는 잠시 반짝하는 이질적인 비주류 문화 현상쯤으로 무시당했다. 하지만 이제 K 팝은 세계가 인정하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어떤 힘이었을까?  

블랙핑크 코첼라 공연, 2023년

전문가들의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 씨의 주장이 가장 와닿는다. 김영대 평론가는 K 팝의 장점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매력적으로 섞여 있는 ‘무근본 무맥락의 미학이다’라고 말하며 K 팝 속에 들어 있는 3가지 특징을 설명한다.


첫 번째, 독특한 집단 창작 시스템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정착시킨 송 캠프(Song Camp)가 대표적인 예이다. 송 캠프란 국적 불문 댄스, 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앨범을 완성시키는 협업 제작 시스템이다. 여러 창작자들 서로 작업 파일을 공유하며 회사 관계 부서의 평가와 의견을 반영하고 나아가 회사 수뇌부의 최종 의사를 반영하여 한 곡을 만들어 낸다.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는 혁신적인 집단 창작 프로듀싱 시스템(Producing System)이다. 


두 번째, K 팝에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한 퍼포먼스(Performance)가 들어 있다. K 팝 하면 떠오르는 말이 ‘칼군무’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주를 이루는 K 팝은 곡에 맞는 안무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세계적 안무가까지 참여시키며 최고의 안무를 짜고, 데뷔 전부터 피나는 연습으로 칼군무를 완성시킨다. 여기에 의상, 헤어, 메이크업까지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담아 뮤직비디오 제작에서부터 무대공연에까지 통일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칼군무와 세계관을 담은 전체적인 코디는 K 팝을 하나의 장르로 격상시켰다. 


세 번째, K 팝은 노래 한 곡에 몽땅 집어넣은 맥시멀리즘(Maximalism)적인 음악이다. K 팝은 어느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힙합부터 레게, 발라드 등 다양한 형식과 세계관을 담은 칼군무, 의상, 메이크업까지 다양한 요소를 잘 버무려 만든 음악이다. 한마디로 K 팝은 듣기만 하던 음악을 보고, 듣고, 함께 따라 하는 종합예술로 탄생시켰다. 무엇이든 들여와 우리 것과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독보적 혼종 문화 창조자인 K 족의 기질을 잘 보여주는 K 문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BTS(방탄소년단)

K 팝 하면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강력한 팬덤 문화다. 지난해 발매한 스트레이 키즈 3집 앨범은 초동이 461만 장 판매되었다고 한다. 초동이란 독특한 K 팝 팬덤 문화로 앨범 발매 첫 주 동안 판매량을 말한다. 세븐틴의 미니 10집 앨범은 초동 포함 두 달 만에 620만 장이나 판매되었다고 한다. 음원 스트리밍 시대에 앨범 판매량이 이 정도라니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이러한 K 팝의 강력한 팬덤 문화는 초동 문화뿐만 아니라 지지하는 아이돌을 위한 투표 문화, 조공, 내 새끼 문화 등으로 나타난다. 조공이란 간단한 선물이나 전복, 장어 등의 초호화 도시락(조공 도시락, 촬영장에 밥차 등을 총알(돈)을 모아 보내는 것을 말한다. 밥차나 커피 트럭은 일하는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우리 스타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조공은 진화를 거듭하여 선행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공연장에 쌀 포대가 쌓이고, 공연장 근처 헌혈차에 줄이 늘어선다. 스타 이름으로 기부하거나 선행을 행함으로 지지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더욱 좋게 해 주기 위해서다.


각종 경연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부터 등장하는 ‘내 새끼 팬덤 문화’는 ‘내 새끼 내가 키운다’는 문화로 스타가 되기 전 단계부터 스타가 될 때까지 가족처럼 지원하고 움직인다. 특히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나 경연 프로그램에서 순위를 올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투표하는 이른바 총공은 K 팝 팬덤 문화의 진수다. BTS의 팬클럽 아미(ARMY)가 BTS를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려놓기 위해 벌인 ‘총공’은 팬덤 이상의 뭉클함을 준다. 당시 아미들은 미국 점수 집계에서 가장 취약했던 라디오 방송 횟수를 올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곡을 신청하고 사연을 보내 방송 횟수를 늘렸다고 한다. 


이러한 K 팝 팬덤 문화들은 그간 열광하며 추종만 했던 스타와의 관계를 나와 소통하는 친밀한 관계로 이끌었다. 특히 K 팝의 주요 소비 층인 청소년 팬들은 성장기 찾아오는 자신의 정체성 고민을 또래 집단 및 스타와 공유하며 충성심이 깊어졌고, 국경을 넘어 연대하며 전 지구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해 갔다. K 팝 문화 확산의 큰 이유 중 하나다. 


K 팝은 단순히 작곡가나 가수의 국적을 말하는 게 아니다. K 팝은 가수를 만드는 시스템, 언어를 비롯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 음악을 만들고 비주얼화하는 방식 등을 포함한 한국이 만들어낸 독특한 음악 장르다. 일본 아이돌 그룹 탄도소년단(BTZ)은 데뷔 후 바로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시선을 끌었으나 방탄소년단(BTS)의 표절 그룹, K 팝 짝퉁 그룹이라며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스스로 K 팝 아이돌을 내세우며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 미국인으로만 구성된 ‘EXP EDITION(이엑스피에디션/소속사는 한국의 아임어비비)’은 팬들의 큰 사랑은 받지 못했다. 반면 한국인이 없는 K 팝 걸그룹 블랙스완의 성공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들은 한국인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신들을 K 팝 그룹이라 소개하며 한국어로 인사하고 한국어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 해외 팬들도 그들을 한국인이 없어도 K 팝 그룹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철저하게 한국에서 K 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 속에 연습생 시기를 겪으며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K 팝은 그저 하나의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복합적은 문화 장르라는 말이다.  

블랙스완: 한국인 없는 K-아이돌 그룹

K 팝은 이제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이고 있다. K 팝은 이제 하나의 자랑스러운 K-문화 수출품이 되었다. 최근 K 팝 음반 수출액 추이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음반 수출액은 2018년 0.64억 달러(약 830억), 2020년 1.36억 달러(약 1760억), 2022년 2.33억 달러(약 3천억)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스트리밍 음원 청취 시대에 음반 판매라니 믿기지 않는 성과다. 이미 사양산업 취급을 받는 음반시장에서 유일하게 한국 시장만 음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저 신기한 K 팝 현상이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비즈니스 마인드가 너무 부각되어 팬들을 돈벌이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 하이브가 발표한 공연 티켓 경매 방식 판매 제도인 ‘다이내믹 프라이싱(티켓 가격 변동제)’ 확대와 독자적인 팬 플랫폼 ‘위버스’의 유료화 플랜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한 아이돌 그룹 해외 공연에서 판매한 비싼 응원봉 문제가 도마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물들어 올 때 노 젓자는 심보로 팬들을 봉으로 아는 단편적인 시각은 잘못된 마케팅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팬들이 떠난 K 팝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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