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어른들은 모르는 신비한 세계
‘동시 접속 1억 명’, ‘누적 시청 4억 명’, ‘1만 8천 석 10분 만에 매진’, ‘광화문광장 거리응원 1만 5천여 명’, ‘전국 CGV 극장 중계 100여 곳’, ‘추정 경제효과 2천억’
2023년 11월 경기 당일 신문에 쏟아진 헤드라인이다. 월드컵 얘기가 아니다. 롤드컵 얘기다. 축구에 월드컵이 있다면 e스포츠에는 롤드컵이 있다. 롤(LOL)이란 League of Legends의 약자로 보통 ‘롤’이나 ‘엘오엘(LoL)이라고 부른다. 롤은 각 지역리그가 존재하는데 야구처럼 메이저리그(한국리그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북미리그 LCS, 유럽리그 LEC, 중국리그 LPL)와 나머지 8개의 마이너리그로 분류되어 있다. 전 세계 9개 지역의 22개 클럽이 참가하여 챔피언 자리를 놓고 다투는 대회가 바로 롤드컵이다.
롤드컵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는 전 세계 PC 게임 중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게임 중 하나이며 2021년 롤드컵 결승전은 분당 평균 시청자 수는 3천만 명, 동시간 최고 시청자 수는 7300만 명을 넘었고 이 결승전은 전 세계 34개 플랫폼과 19개 방송사에서 18개 언어로 중계되었다고 한다. (자료 출처: 네이버 나무위키) 이러한 월드컵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e스포츠 롤(LoL)드컵의 절대강자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는 역대 11번의 롤드컵 중 무려 6번을 우승했다. 한국은 롤드컵에서 축구로 치면 월드컵 최다 우승국 브라질 급이다.
롤드컵 우승자 중에 축구의 메시 같은 한국인이 있다.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다. 전 세계 게임 좀 한다 하는 MZ들에게 페이커 이상혁은 신과 같은 존재다. 그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고, 그 해 서울에서 열린 롤드컵에서도 한국의 T1 팀으로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페이커 이상혁은 전 세계 유일의 롤드컵 4회 우승자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지난 월드컵 때 축구대표팀의 키워드로 널리 알려진 이 슬로건의 원작자가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다.
사실 e스포츠는 나이 좀 있는 어른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 세계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e스포츠는 생활의 일부다. e스포츠는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우리나라는 4개 종목에 참가하여 금메달을 비롯 전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취급을 받던 게임이 국제 스포츠 축제의 정식 종목이라니 격세지감이다.
한국인들의 이렇게 e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PC방을 경험한 외국인들은 빠른 인터넷 인프라에 잘 갖춰진 PC방 환경을 보며 거기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뭐 전혀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게임에 특화된 K-문화 유전자의 힘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에서 승부는 손기술과 종합적인 판단 능력인데 생각한 대로 상대편보다 빠르게 손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게이머의 실력이다. 손기술 하면 역시 K족이다. 어려서부터 쇠젓가락질로 단련된 한국인의 손기술은 이미 국제 기능올림픽에서 십수 년 동안 다수의 우승을 통해 증명했다. 젓가락질을 하면 포크를 사용할 때보다 두 배가 넘는 50여 개의 근육과 30여 개의 관절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쇠젓가락질은 더 정밀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같은 젓가락 문화지만 주로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는 중국이나 일본과의 차이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그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만, 쇠젓가락질은 잘해야만 게임을 잘할 수 있다.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