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난 겨울사람이 2018년 겨울을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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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이 좋다.
코 끝 시린 찬 공기도, 살을 에는 듯한 칼 바람도,
창문에 서리는 뽀얀 김도, 둘둘둘 목에 마는 목도리도,
내 몸을 쏘옥 감싸주는 포근한 양털코트도,
함께 걷는 사람이 옆에 있을 때,
그 사람의 코트 주머니 속에 손을 함께 쏘옥 넣어서 걷는 밤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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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이가 먹어갈수록 겨울거리를 걷는 일은 줄어들게 된다.
내가 평소다니는 루트는 정말 심플하기 그지 없다.
집-회사-요가원-회사-집.
나는 평소 점심시간에 밥시간을 쪼개 요가원에 가서 수련을 하기 때문에
요가원에 출석하는 왕복 10분이 포함.
아마 이마저도 없었다면
정말 나는 회사-집의 무한루트 속에
하루에 바깥 바람쐴 시간이 20분도 되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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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글감이 많이 떠오르는데, 그때마다 적어놓지 않으니 한 두 시간만 지나도 잊어버려서,
바로 메모장에 적어두고는 자기 전 침대맡에서 노트북을 켰다.
오늘 요가원에서 옷을 갈아 입는데, 문득 그런 글을 남겨보고 싶어졌다.
내 겨울 최애 아이템 리스트 같은 것.
모름지기 유행이란 바뀌기 마련이고,
심지어 속성은 같더라도 브랜드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
나에게 더 의미가 있는 기록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을 더 즐겁게, 더 기분좋게 날 수 있게 도와주는 행위들, 물건들.
1. 무인양품 겨울용 유발 타이즈
사실 요가원에서 내가 입고 있던 것은
일본여행 때 무인양품에서 산 검정색 유발 타이즈였다.
세상 따뜻하고 편해서, 이것만 있으면 겨울은 치마도 원없이 잘 입고 다닐 수 있을것 같아서,
그런데 그 때 한 개 밖에 못사서,
주 5일 내내 입었던 때였다.
겨울이라 땀이 나지 않으니 냄새가 나지 않고,
심지어 내 발 형태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으니 신축성이 더욱 좋아져서 (마치 무릎나온 추리닝처럼)
더욱 더 안락한 착용감을 선사해주었다.
그래서 문득 기분이 좋아졌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졌다.
2.
유니클로 호그와트 목도리
마치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겨울 공식 목도리처럼 생긴 네이비와 와인색이 번갈아 배치된 목도리.
니트라 하지만 너무 까슬거리지도 않았으며, (사용감)
너무 부드럽게 만드느라 털이 날리지도 않았고, (조직감)
너무 길어 남은 길이를 어디다가 처리해야할 지 난감하지도 않았다. (길이감)
너무 비싸 사기를 망설이지도, (가성비)
너무 무난해 남녀노소 상관없이, 아무 코트에 쉽게 매치하기도 좋았다. (믹스매치..?)
3. 양털조끼, 양털코트
예측컨대, 2018년 두번째로 핫한 패션 트렌드는 보송보송한 양털 디자인일 것이다.
나는 11월에는 양털조끼를,
12월에는 양털/무스탕 리버시블 코트를 마련해서
정말 추운 오늘 같은 날에는 이 두 개를 겹쳐 입으면
바람에 노출된 얼굴, 발 빼고는 세상 두려운 추위가 없을 정도.
4. 파머스 코스메틱스 마룰라오일/호호바오일
겨울만 되면 쩍쩍 갈라지며 보습을 갈구하는 내 극건성 피부를 위해
겨울에는 꼭 오일을 바른다. (샤워 후에는 손닿지 않는 등 빼고 전신에)
겨울에 오일을 쓰는 나만의 팁을 살짝 공개하자면,
저녁 세안 후에는 건조해 축 늘어진 피부를 위해 마룰라 오일을 부드럽게 마사지 하듯이 발라주고,
아침 세안 후에는 하루종일 찬 바람에 노출되어 거칠해질 내 피부를 위해 호호바 오일을 볼 위주로 바른다.
오일 마사지를 정성스레 하고 잠든 다음 날에는 뽀얗고 부드러워진 내 피부,
오일 코팅하고 외출한 오후에는 칼바람에 쉬이 무너지지 않는 내 오일 장벽이
새삼 대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