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타이밍을 노리는 나, 그리고 이건 지난주의 푸념

오늘도 내 책상엔 커피가 쌓여있어.

by 제이
“퇴사하고 싶어…….”


이젠 입에 찰싹 붙어있는 그 말. 한숨과 뒤섞여서 나오는 한마디가 오늘도 얼마나 간절한지 모른다. 정 그러면 그렇게 푸념하지 말고 그냥 바로 퇴사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기엔 내가 지금 맡은 업무들이 자잘하게 참 많기도 하다. 맡은 바를 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뿐더러 썩 내키지도 않고. 무엇보다 최근 새로운 동료가 늘어나기까지 한 이 타이밍에 내가 일을 그만두었다간 남아있는 동료들이 고생할 것이 훤하다.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나갈 땐 나가더라도 지금까지 함께 일해온 사람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일은 최대한 줄이고 싶다. 매일같이 퇴사할 거라는 투덜거림과 집에 가고 싶다는 중얼거림을 반복하면서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까닭은 그런 크고 작은 이유가 하나 둘 쌓이며 시작된다.


coffee-791045_1280.jpg 심적으로 피곤하니 갑자기 커피가 확 땡긴다.... (ⓒPixabay)


퇴사하고 싶단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로 알려진 작품 <이누야샤>에 나오는 여주인공 카고메(로컬라이징 이름은 가영이!)가 하는 말이다. 나도 정말 그렇게 말하고 탈주…… 아니 사실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은 매일 절실하다, 정말로. 일이든 뭐든 전부 다 던져버리고선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톡! 쏘는 한마디를 내뱉고 퇴사한다는 꿈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꿔보는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무릇 회사원들에겐 사회적인 처세와 대외적인 예의란 것이 필요한 법이지. 일반적인 ‘퇴사’란 회사도 사원도 서로가 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멀어지는 것이 좋은 것이고, 관련 업계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지역의 작은 회사이니 크게 상관없지 않으냐고? 천만의 말씀. 이 작은 곳이 어떻게 다른 곳과 연결이 되어있을지 모르는데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군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지금 내가 다니는 이 자그마한 회사만 해도, 회사가 위치한 이 지역에서부터 전국 팔도 사방으로 뻗어있는 인맥의 거미줄을 생각하면 그저 조심스럽다. 최대한 문제 없도록 시기를 잘 가늠해야한다. 어느 정도 내 일이 마무리의 단계에 이르렀을 즈음에 조심스레 이야길 꺼내는 게 좋다. 나 자신도 그러한 타이밍을 늘 가만히 재고있다.



이직 준비를 하고 싶어.

문득 업무용으로 파둔 개인메일을 확인하는데, 채용사이트로부터 알림 메일이 날아온 것이 보인다. 슬쩍 눈치를 보며 확인하자니 인근 지역의 작은 회사에서 최근 편집자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온 모양이다. 내용을 살피면 경력 허들도 그렇게 높지 않아서 여러모로 혹한다. 집과의 거리가 조금 있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그리 멀지 않다. 당장이라도 준비해서 지원하고 싶은데… 고민하면서 보고있자니 피곤함이 몰려든다.


회사를 다니면서 포트폴리오나 자기소개서를 새롭게 준비할 틈이란 것이 사실 많이 어렵다. 밤을 새워서라도 짬을 내서 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그다음의 다음날까지 업무에 지장을 갈 것을 생각하면 끙하고 앓을 뿐이다. 원체 체력이 빈약한 탓에 뭐 하나를 무리해서 하면 그 배는 쉬어야지 겨우 몸상태가 돌아오곤 한다. 무리해서 이직 준비를 하다가 업무나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컨디션까지 틀어질까 지레 겁부터 먹는다.


체력이 약한 것도 여러가지를 걱정하는 것도, 분명 틀린 것 하나 없는 사실인데 가끔 스스로 이 문제를 변명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친구의 말에 위로를 받고는 있지만, 역시 나의 의지가 약한 탓이 아닌가 하는 고민은 쉽사리 사라지질 않는다.



보람은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시죠.

클로버 게임즈의 <로드 오브 히어로즈>라는 게임을 아는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다. 거기 나오는 조슈아, 팬들에게 일명 ‘조대리’라고 불리는 친근하게 불리고 있는 이 캐릭터의 한마디가 회사원들에겐 정말 뼈에 사무친다.


“보람은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시죠.”


알지, 알지. 인터넷상의 ‘밈’으로도 많이 퍼져있는 대사지만 사실 본래는 히노 에이타로 작가의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라는 책 제목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모든 회사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는 한마디다.


아, 정말 바로 퇴사하고 싶다. 오전에 이 글을 처음 쓸 적만 해도 '일은 그래도 어느 정도 해두고 퇴사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사람 마음이란게 참 우습게도 회사 내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내부 회의를 한번 거치니 마음이 싹 바뀌었다. 겨우 2시간 10분 전의 일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나. 당장 내가 더 중요하지 않나하고 머리를 싸매기 시작한다. 앞으로 더 회사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상사의 말엔 전적으로 수긍한다. 변화의 과도기에 있는 회사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만큼 바쁜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알고있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것이 어찌 쉽게 납득을 하겠나. 그리고 그가 말한 바와 같이 ‘더 나은 회사’를 위하여 나 자신이 얼마나 갈려나갈지를 가늠해보면 괴로움뿐인 것을 어쩌겠는가.


업무를 쳐내면 조금씩 일이 줄어드는 것이라도 보이면 모를까, 그런 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결국엔 보람은 됐으니 돈으로 주었으면 한다든지, 빨리 퇴근시켜주기나 했으면 하고 또 몇번이고 바라고 만다. 결국 나는 오늘도 퇴사하고 싶다고 작게 투덜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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