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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05. 2021

작심삼일 하기

매년 새해가 되면 누구나 꼭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몇 가지쯤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

나 역시 매년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어 놓고 올해엔 꼭 실천하리라 마음을 굳게 다잡았었다. 대부분의 것들이, 아니 단 하나라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면 그건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하나도 계속해서 실천해나가기가 쉽지 않다.

     

올해도 몇 가지의 계획을 세웠다.      

글쓰기가 그 첫 번째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글을 쓰고 여러 번 마음에 들 때까지 퇴고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하지만 난 글을 처음부터 퇴고 과정 없이 쓰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초집중하는 일이 생기고 그게 너무 고돼서 종종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겼다. 올해부터는 일단 초고를 완성하는 일. 초고는 쓰레기다를 되뇌며 꼭 퇴고하는 방법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 운동이 그 두 번째이다. 집콕 생활로 정확히 일 년 전보다 몸무게가 3킬로 더 쪘다. 나처럼 맛있는 안주를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마시는 타입은 사실 살을 빼기가 쉽지 않다. 또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한번 찐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 웬만해서 찌우지 않는 게 다이어트의 지름길인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해였다. 병원에서 난생처음으로 지방간이 이제 막 아주 조금 생겼다는 얘길 들었다.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물론 난 운동을 좋아하지도 산책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나이 들면 몸에 안 좋은 성인병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곤 했지만 내나이에 벌써 지방간이 생겼다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임에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운동도 움직임도 별로 없이 많이 마시고 많이 먹었던 시간이 후회가 되었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간만 충실히 흘렀을 뿐 내 몸도 내 마음과 같이 어느새 느슨해져 있었다. 중간중간 다시 계획을 세우고 운동을 하면서도 역시나 습관을 들인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운동을 이틀하고 한두 달 쉬는 날들이 허다했다. 하지만 지방간도 생긴 마당에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운동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꼭 해야 하는 계획에 속했다.


좋지 않은 습관을 들이는 데는 삼일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지만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는  은 걸리는 것만 같다.


캘리그래피를 배우기로 했다. 일단 책과 펜을 샀고 혼자 독학을 해볼 생각이다. 하루하루 꾸준히 몇 자씩을 적고 이 긴긴 코로나가 끝나면 동아리나 학습원을 찾을 계획이다. 작년에 브런치 작가님께서 손수 제작하신, 이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선물 받았었다. 그 따뜻함과 설렘이 너무 좋아서 나도 뭔가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림은 전혀 못 그린다. 그래서 캘리그래피를 배워 멋진 글을 쓰게 된다면 혹시 따뜻한 나눔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올해는 이 세 가지의 계획을 세웠다.

예전 같았으면 영어공부, 한 달에 책 몇 권 읽기, 아이와 함께 공부하기, 몇 시에 잠자리에 들기 등 다이어리 첫 줄부터 끝줄까지 계획을 세워놓고 하나만이라도 얻어걸리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영어 며칠 하다 안되면 다음으로 넘어가기 일쑤였고 하나도 제대로 해본 것이 없었다. 올해는 꼭 하고 싶은 것 세가지만 정하고 열과 성을 다하기로 했다.      


이제 계획이 세워졌고 어떻게 끝까지 롱런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았다. 매해 반복되는 작심삼일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진 상태고 나한테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나사를 처음부터 꽉 조이지 않는 게 버릇이 돼버린 것도 같다. 그러면서도 계속 계획을 세운 다는 건 어쩌면 좋은 신호일 수도 있다.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작년에 운동이란 걸 해보니 가장 좋은 방법은 포기하되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오늘 마음을 잡고 시작했고 삼일 만에 흐지부지 됐다면 ‘내가 그렇지 뭐~’ 하고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그 걸 안 시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다시라는 말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친절한 말이자 가장 혹독한 말이 될 수 있는 '다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새로울 수 있고 기대를 걸 수 있는 말 ‘다시.’ 괜찮다고 위로가 될 수 있는 '다시'라는 단어가 마흔이 넘어서야 새롭게 다가왔다는 건 살면서 포기도 많았지만 완벽한 포기는 아니라는 말 같아서 가능성에 무게를 둔 '다시'를 찾는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멈춘 시간부터 다시 시작하기. 삼일 잘하고 멈췄다면 그 자리에서 다시 작심하고 시작하기.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꼭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길들여져 좋은 습관이 되고 어쩌면 일 년 중 반이라도 실천하게 되는 좋은 결과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작심삼일 하기!!

2021년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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